라이프로그


건축 vs. 광고 남자2

"작품을 만든 사람만 아니라 작품을 의뢰한 사람에게도 상을 주는 분야가 둘이 있어. 그게 건축이랑 광고야. 같은 땅에 방을 100개를 만들 수 있는데 아름다운 건물을 짓기 위해 50개밖에 만들 수없다면 그런 결정은 오직 건축주만이 내릴 수 있거든. 광고도 마찬가지야. 30초 내내 제품 이야기만 할 수 있지만 더 큰 공감을 위해 아이디어와 소비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것 역시 광고주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이지. 그런 용기를 기리기 위해 건축주상이 있고 광고주상이 있는거야." (남자1)

건축과 광고의 유사성은 더 찾을 수 있다. 훌륭한 건축가는 세가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Art, science, business.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설계는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하해야 하고 이것은 반드시 제한된 예산과 스케쥴 안에 완성되어야 한다. 광고도 유사하다. 광고는 일찍부터 크리에이티브란 이름으로 아트를 소비자 유인의 도구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전략을 수립하는데는 심리학, 행동경제학 같은 아카데미아의 과제부터 새로운 테크놀러지의 도입까지 과학과 끊임없이 소통해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결국 광고주의 돈을 벌어주고 광고회사가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비지니스의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야 말로 광고인의 자기 계발 첫 단추다. Art, science, business를 다 갖추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단 한가지는 분명한 강점이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다른 하나를 더할 수 있다면 업계에서 이룰 수 있는게 많은 사람이다.




광고주의 종류 남자2

광고 회사의 클라이언트는 대충 세가지로 나눠지는것 같다.

Fun: 일하는게 즐거운 광고주

Fame: 우리 회사를 유명하게 만들어 줄 광고주

Finance: 수익성이 좋은 광고주

경험상 셋 다 갖춘 광고주는 없다. 둘만 해당되도 훌륭한 광고주다. 내가 했던 광고주들을 돌이켜 보면 PUMA는 일하는게 즐거웠고, COCA COLA는 일이 힘들고 돈도 짰지만 (놀랍게도!) 화제가 되는 캠페인을 할 수 있었고, UNILEVER는 조금은 지루했지만 회사의 캐시카우 광고주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만약 어느것 하나 충족하지 못하는 광고주를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있다면 빨리 팀을 옮기거나 이직을 고려해야 한다.

직원이 아니라 회사의 입장에선 세종류가 적절히 섞여있는 광고주 포트폴리오가 바람직하다. Fun 광고주는 직원들이 숨쉴 구석을 만들어주고, Fame 광고주는 new business를 수월하게 하며, Finance 광고주는 회사 경영을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공포 남자2


You're not you when yor're hungry라는 스니커즈 캠페인이 있다. 회사생활에선 You're not you when you're scared는 어떨까?

사람 능력 거기가 거기다. 이 나라 저나라 옮겨봤지만 프로 레벨에서 능력의 차이는 아주 몇명을 제외하곤 종이장 만큼 작았다. 도리어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더라.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공포는 사람의 악함을 끌어낸다. 직급이 높고 경험이 많으면 쉽게 흔들리지 않고 침착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올라갈 수록, 가졌을 수록, 잃을 것, 지켜야 할 것도 많아진다.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할까봐, 이번 분기 실적을 못 맞출까봐, 이번 PT를 따지 못할까봐 - 누구나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걸 남에게 쏟아낸다. 그것도 치열함으로 포장해서. 나는 이만큼 절실한데 왜 너희는 이 정도 밖에 하지 못하니.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고 대행사를 두들켜 패는 광고주, 자기팀을 들들 볶는 윗사람들, 사실 그들 안의 공포감이 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한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약간의 연민이 들기도 한다.

배가 고픈 아기는 영양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존본능에 따른 공포감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이럴때 '아가야 너의 균형잡힌 발육을 위해 엄마가 최고의 이유식을 만들고 있으니 배가 고파도 좀 참아'라고 하는게 효과가 있겠나? 일단 먹여야 한다. 어떤 패턴으로 허기를 느끼지는지 예측해서 울기 전에 밥을 먹이는건 육아의 기본이다. 마음속 깊숙히 공포감에 시달리는 클라이언트나 보스에게 합리적으로 논박하는건 역효과만 난다. 자기 밥줄이 끊길 수도 있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의 불안감만 자극하는 행동이다. 이 놈이 날 돕는게 아니라 장애물이었어란 생각마저 들게한다. 이런 사람들에겐 시간에 맞춰서 바로 바로 진행 상황을 보여드리는게 좋다. 괜히 전문가적 자존심으로 내가 됐다 싶을때까지 감추고 있으면 그들 마음속의 악마만 끌어낼 뿐이다. 일단 감정적으로 가라앉으면 그때 이게 이래서 좋고 저게 저래서 좋다고 해도 먹힌다. 인간 말종이라고 생각했던 광고주가 나중에 공포에 시달리지 않을때 만나보면 의외로 괜찮은 사람이라 놀란 적이 많다. 

좋은 광고주와 좋은 윗사람을 알아보는 방법도 간단하다. 자신 몫의 불안과 공포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 도망쳐라.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그런 사람들과는 좋은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가 없다. 남들 듣기 좋은 말만 해야한다는게 아니다.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감정은 철저히 배제하지만 꼭 해야할 말들은 쓴소리도 주저하지 앉고 꺼내는 선배들을 난 알고 있다. 그런게 진짜 능력이다.



English in Europe 남자2


유럽에서 영어 실력은 스칸디나비아나 네덜란드가 제일 뛰어나고, 독일은 괜찮은 정도,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은 한참 떨어진다. 프랑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작 인프라 때문에 일을 자주 같이 하게 되는데, 영어로 의사 소통에 갑갑함을 느끼는 그들을 볼때마다 어떤 심정일지가 궁금했다. 문화와 역사로 따지면 영국이 우스울텐데 라이벌인 나라의 모국어를 써야하는 인지부조화를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까운 프랑스인 동료가 준 답은 의외로 심플.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최고급 수준의 문화, 예를 들어 예술, 철학, 요리, 패션에서 영어는 그 미묘함과 디테일을 담기에 한참 부족하고, 프랑스어는 외교에서 국제공용어이며 세계 어디를 가도 프랑스어를 하면 지적이고 예술적인 사람으로 인정 받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영어는 상업적인 영역에서 도구로서의 언어일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선 시대에 역관들이 양반이 아니라 기술직인 중인에 속했던걸 생각해 보면, 영어가 유창한걸 고등교육과 지성의 증거로 받아들이는 우리가 이상한걸지도.





지지율_KPI_브랜드 남자1

박정희 시대에는
온국민이 전년도 수출액*1을 알고 있었다.
해마다 빠르게*2 성장하는 지표는
다른 모든 그늘을 지웠다.
요즘 쓰는 용어로 치자면
일종의 KPI인 셈이다.

같은 틀로 보자면
박근혜정부의 KPI는 지지율 이었다.
집권세력이 지지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지지율을 인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악재가 있을 때는 조금 기다렸다가,
호재가 있을 때는 득달같이' 측정하여 시기를 조절하거나
지표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사안들로
그때 그때 높낮이를 조절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몸 구석구석이 병들어 열이 펄펄나는대도
해열제를 계속 먹어가면
스스로 체온을 속였던 셈이다.

***

요즘은 기업의 마케팅에서 
그 불안한 징후가 보인다. KPI.
임원들은 기껏해야 1년*3 
중간 간부들은 분기별로 인덱스를 관리해야한다. 
브랜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들의 KPI가 광고목표가 되어 브리프를 채운다. 

체리를 주렁주렁 매단 
자잘한 이벤트로 벌어들인 클릭수가 
브랜들 비틀거리게하고 
오늘 광고 시작했는데 
다음날 포스데이터가 성과로 치켜세워지기도 한다. 

지금 당장은 그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보이지 않은 경우가 더 중병이다. 
최근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대통령의 직무에 대한 긍정 반응이 40%를 넘나들었다.
지지율의 함정만큼이나 KPI의 위험부담도 깊어보인다. 
 
***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관리될 수 있다면 조작될 수도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
*1. 수출 *100억불을 달성한 해는 1977년이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어린이가 40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2. 1964년에 해외 수출액이 1억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0년만에 백배 성장한 셈이다. 해마다 수십%씩 증가했을 터이고 이는 집권세력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인덱스였을 것이다.
*3. 미국 기업들이 브랜드 자산 개념을 도입한 것은 전문 경영인 제도의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3년 임기의 CEO가 단기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장기적 비전을 외면하거나 독자적인 경영성과를 위해 경영의 연속성을 단절시키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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