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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은 왜 안 뜨나 남자2

자기가 뽑은 후보를 스스로 흔들더니 개혁보수하겠다고 박차고 나온 자유한국당을 제발로 다시 걸어들어가겠단다.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국민이 바보지만 유승민의 지지율이 10%라도 나왔으면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심상정도 뜨는데 왜 유승민의 지지율은 꿈쩍을 안할까? 합리적 보수유권자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합리적인 보수정당 자체가 성립안한다는 비하는 일단 접어두고 마케팅 관점에서만 생각해봤다.  

1. 제품없는 브랜드 캠페인

사실 바른정당은 대선 이후가 훨씬 기대가 됐다. 과반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협치는 필수적이다. 지지층이 겹치는 민주, 국민, 정의가 한배를 탈 수밖에 없을때 중요한 의제는 바른정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ㅂㄱㅎ 탄핵도 바른정당의 용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그래서 탄핵에서 대선까지 3개월도 없었던게 바른정당에겐 치명적이었다. 바른정당의 존재가 국정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증명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 브랜드 캠페인으로는 이노베이션을 말하는데 정작 팔 제품 자체가 없는 상황. 국민의당은 총선을 통해서 중도정당이 어떻게 보수와 진보를 견인할 수 있는지 어렴풋이 보여주기라고 했다. 유승민 지지도보다 바른정당의 지지도가 더 낮은데 모든 책임을 후보에게 모두 묻는건 부당하다. 바른정당을 보면 대표이사의 생각과 직원의 생각이 따로노는 회사를 보는 느낌이다.


2. 사양과 편익의 혼동

제품사양과 소비자편익의 혼동은 마케팅에서 흔한 오류다. 예를 들어 ABS 브레이크는 사양(feature)일뿐이고 편익(benefit)은 눈길, 빗길에서도 안전한 제동이다. 더 나아가 최종편익(end-benefit)는 내 가족을 지켜주는 기술이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을 소비자로 연결하지 못해서 실패한다.

"따뜻한 보수"는 아쉽게도 대단히 내부자적인 사고방식(inward thinking)이다. 경쟁자들의 마케팅 제언(marketing proposition)과 비교해 봐라. 적폐를 청산하겠다, 정치를 바꾸겠다,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겠다에 비교해서 보수를 바꾸겠다는 훨씬 작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있다. 유승민은 보수정치인 이전에 대중정치인이다. 따뜻한 보수를 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더 명확했어야 했다. 공화국과 공동체 이야기에 머무르는걸로는 부족하다.


3. 향상심 아니면 면죄부

설득을 목표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감정을 건들어야 한다. 향상심을 느끼게 하거나 면죄부를 주거나. 

이걸 먹어, 이걸 입어, 이걸 써봐, 네가 상상도 못할만큼 멋있어질거야. 정치에서 유권자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건 난이도가 높은 작업. 마틴 루터킹의 I HAVE A DREAM 정도 되어야 가능. 안철수가 이걸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후보 자체가 역량이 안됐다. 

면죄부는 보다 더 강력한 심리적 편익이다. 싸지만 품질도 좋아, 바쁘면 이것만 해도 충분해, 네가 못 생긴건 네 책임이 아니야. 레드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찍 소리도 못하던 인간들에게 괜찮아, 네가 잘못 뽑은게 아니야, 나라가 이렇게 된건 종북좌파들 때문이야라고 심리적 면죄부를 줬다. 

그런데 유승민은 향상심이나 면죄부가 아니라 도리어 죄책감을 건들었다. 따뜻한 보수란 냉혹한 보수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내가 그동안 찍은 보수는 가짜 보수란 말인가,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불편한 이야기가 아닐 수없다. 정치인의 철학으로선 훌륭하지만 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는 그다지 효과적이 아니다. 소비자(유권자)에게 고백이 아니라 유혹을 해야한다.

나가며

김무성씨 말대로 소쩍새 우는데는 다 사연이 있을것이다. 그리고 다 결과론일 뿐이다. 문재인이 우클릭을 하지 않았다면, 안철수란 중도후보가 없었다면, 심상정이란 새로운 발견이 없었다면 대박을 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후보 본인이 말하는대로 합리적 보수라는 지도에도 있지 않은 길을 가는 첫발일 수 있다. 예전에 앵그리버드를 만든 Rovio 개발자 강연을 들을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게임 하나 운좋게 걸려서 대박 난거로 아는데 사실 수많은 제품을 시장에서 말아먹고 성공한 역전 만루홈런이었다고. 정치도 마케팅도 처음부터 대박 나는건 환상이다. 







 


광고쟁이의 대선 관전평 남자2


1. 다자대결은 대세

주요 정당에서만 무려 5명의 후보가 완주를 할 태세다. 다당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연립정부가 당연한 유럽은 말한 것도 없고, 양당제 전통이 강한 영국에서도 Lib Dem, UKIP, SNP 등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유의미한 경쟁을 하고 있다. 기성 정당들이 국가와 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에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대안에 대한 유권자의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하고 자신의 생각을 쉽게 전파할 수 있게 된 유권자들이 보수-진보 사이의 양자택일에 만족할 수가 없는 것이다. 

브랜드의 영역에서도 다자대결이 흔해지고 있다. 경쟁의 새로운 축 - 예를 들어, 테크놀러지나 기업윤리 등이 중요해지면서 마이너한 브랜드나 새로운 브랜드에게도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Airbnb가 Hilton과 경쟁하고 Paypal이 Visa의 고객을 잠식하는가 하면 Uber는 Hertz의 존재 의미를 지우고 있다. 한국에서 오뚜기의 부상에서 볼 수 있듯이 제품력이나 유통망 같은 기존의 경쟁 우위와 무관한 윤리성, 정직성 같은 요소들이 소비자 선택의 이유가 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란 국가적 재앙 때문에 치루는 선거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단일화를 강요받던 과거 선거보다 보는 재미가 있다>


2. 포지셔닝과 확장의 법칙

솔직히 말해 안철수와 유승민 사이의 정책적 차이는 무시할만큼 작다. 그런데 왜 한쪽은 한때 문재인과 양강 구도를 형성할만큼 확장성에서 뛰어나지만 다른 한쪽은 TV 토론을 저렇게 잘 하는데도 지지율이 꼼짝을 안할까? 이건 포지셔닝의 차이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확장성이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고 반대로는 되지 않는 경우가 브랜드의 세계에선 흔하다. 예를 들어 남자들이 여자 샴푸를 쓰는데는 거부감이 없지만 여자들은 절대로 남성용 샴푸를 쓰지 않는다든지, 젊은이들이 쓰는 노트북은 노인들도 쓰지만 나이드신 분들이 쓰는 전자제품을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들은 있을 수 없는것과 비슷하다. 


기존의 정치에 먼저 환멸을 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은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로부터 시작한다. 개혁과 신선함이 key driver인 선거 시장에선 새롭지만 정서적으로 덜 과격하게 느껴지는 "안정된 진보"란 보다 미세한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분면 상의 거의 유사한 좌표를 가진 '혁신적 보수'는 이론상으로 가능하지만 확장이 안 된다. 보수는 안철수를 찍을 수 있지만 진보는 유승민을 찍을 수가 없는거다. 선거 막판에 힘이 달리고 있지만 안철수가 '상품기획'을 영리하게 한건 맞다. 


3. MULTI-TOUCH POINTS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이번 선거는 매체 다변화와 파편화(media fragmentation)가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시점에 치뤄진다. 소셜과 모바일은 지난번 선거부터 중요했지만 이젠 라이브 스티리밍도 해야 하고 VR도 시도해야 하고 실시간 뉴스룸도 운영해야 하는 선거전이 되었다. 에전처럼 화제성 있는 한방, 예를 들어 후보가 통기타를 치거나 국밥을 끝내주게 먹는 광고 하나 잘 찍어서 여론전을 이끌 수가 없다. 

멀티터치포인트 선거전에선 선거캠프의 기획과 집행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문재인1번가" 같은 아이디어는 축적된 노하우와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축구로 따지면 점유율과 조직력의 풋볼 시대가 온건데 어떤 당은 광고천재 한명을 데려다가 뻥축구를 한다. 홍보전에서 당의 역량 차이가 드러나는건 예전에 드물었지만 요즘처럼 관리해야될 채널이 늘어나면 헛점이 보일수밖에 없다. 

<유기적인 캠페인은 고사하고 슬로건이 들어갈 자리에 '책자형 선거공보'가 잘못 들어간 것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허술한 시스템>


4. 애티튜드의 중요성

궁금하면 인터넷검색으로 다 찾아지는 세상에서 what to say가 전략의 전부가 아니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입을 떼기도 전에 들어볼건지 말건지를 결정한다. 그래서 브랜드에게 맞는 톤을 설정하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예전처럼 구색맞추기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같은 말을 해도 더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듯이 같은 편익도 더 믿음이 가게 말하는 브랜드가 있다. 언어적 정보가 과잉인 시대에 느낌, 간지, 태도, 표정 같은 비언어적인 정보가 더 부각되는 것이 아니러니하다. 

뭐든지 싸가지를 따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개성을 중요시하는 서구에서도 relatable, welcoming, inclusive 같은 겸손의 화두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 동네들도 좋게말해 양극화, 나쁘게 말해 부자들 나쁜넘 감정이 일반화되었다. Arrogant하게 비치는건 브랜드에게 치명적이다. 이건 특히 명품 브랜드들에게 뜨거운 감자다. 잘난척하지 않으면서 특별함은 놓치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대중에게 한발더 나가는 방향으로 글로벌 전략을 짰다가 중국처럼 아직 배탁적인 가치가 선택에 중요한 시장에서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야기가 좀 샜다. 다시 선거로 돌아와서 TV토론은 후보들끼리 경쟁처럼 보이지만 자신들의 지지자를 보고 하는거다. 토론을 보고 지지후보가 바뀌기 보다는 저 후보는 꼭 되야돼 또는 저 후보는 절대 되면 안돼란 기존의 생각을 강화하는 근거로 삼는다. 문재인은 자애로와 보이지만 명확하지가 않고, 심상정은 시원시원하지만 현실성이 없어 보이고, 안철수는 부드럽지만 이리 저리 휘둘릴거 같고, 유승민은 빠삭하지만 다른 사람을 품기엔 부족해보이고, 홍준표는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지만 하는말마다 독설처럼 느껴진다. 

언어적인 요소들은 단기 속성과외로 실력이 확 늘 수 있지만, 비언어적인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건 그 후보가 살아온 인생 그 자체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후보가 하는 말이 아니라 후보가 주는 느낌으로 투표를 하는게 어찌 보면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건 아니다. 패키지를 기가 막히게 만드는 회사가 실제로 안에 들어가는 제품도 잘 만드는 경우가 많은것처럼 말이다.  

<x같지만 5년전 대선토론에서 사람들이 기억하는건 이거밖에 없다. How to say가 빠진 what to say는 폭망으로 가는 지름길>


5. 레거시의 문제

요즘의 소비자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을 거부한다. 왜 비지니스를 하는지, 왜 이런 제품을 내놓았지에 대해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브랜드에게 레거시는 대단히 중요하다. 현대적으로 해석된 브랜드의 전통과 유산은 소비자가 묻는 WHY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루이뷔통, 버버리,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들에겐 당연하고 애플같은 테크 기업에게도 스티브 잡스가 시작한 회사란 레거시는 대단히 중요하다. 삼성이 그렇게 많은 마케팅 비용을 쏱아 부어도 브랜드 자산이 더디게 축적되는 이유가 레거시의 부재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근본있는 기업이란 철학이 있는 기업이고, 소비자 입장에선 브랜드가 던지는 메시지를 해석할 맥락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레거시는 가장 손쉬운 스토리텔링의 방법 중 하나다. 박정희가 만든 산업화 우리가 이어가겠다, DJ와 노무현의 민주주의 우리가 완수하겠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보수와 진보가 유권자를 설득해 온 대표적인 내러티브다. 박근혜의 탄핵으로 한국의 보수는 박정희라는 레거시를 완벽하게 잃고 말았다. 반면 김대중과 노무현은 보수 유권자도 함부러 까지 못하는 레전드가 되었다. 이번 대선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선거에서도 보수가 레거시 문제로 오래 동안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뭐, 기-승-전-종북이란 내러티브가 있긴 하구나. 
 

<레거시를 현대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변주하는 것도 마케팅 잘 하는 브랜드들의 특기다>






건축 vs. 광고 남자2

"작품을 만든 사람만 아니라 작품을 의뢰한 사람에게도 상을 주는 분야가 둘이 있어. 그게 건축이랑 광고야. 같은 땅에 방을 100개를 만들 수 있는데 아름다운 건물을 짓기 위해 50개밖에 만들 수없다면 그런 결정은 오직 건축주만이 내릴 수 있거든. 광고도 마찬가지야. 30초 내내 제품 이야기만 할 수 있지만 더 큰 공감을 위해 아이디어와 소비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것 역시 광고주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이지. 그런 용기를 기리기 위해 건축주상이 있고 광고주상이 있는거야." (남자1)

건축과 광고의 유사성은 더 찾을 수 있다. 훌륭한 건축가는 세가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Art, science, business.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설계는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하해야 하고 이것은 반드시 제한된 예산과 스케쥴 안에 완성되어야 한다. 광고도 유사하다. 광고는 일찍부터 크리에이티브란 이름으로 아트를 소비자 유인의 도구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전략을 수립하는데는 심리학, 행동경제학 같은 아카데미아의 과제부터 새로운 테크놀러지의 도입까지 과학과 끊임없이 소통해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결국 광고주의 돈을 벌어주고 광고회사가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비지니스의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야 말로 광고인의 자기 계발 첫 단추다. Art, science, business를 다 갖추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단 한가지는 분명한 강점이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다른 하나를 더할 수 있다면 업계에서 이룰 수 있는게 많은 사람이다.




광고주의 종류 남자2

광고 회사의 클라이언트는 대충 세가지로 나눠지는것 같다.

Fun: 일하는게 즐거운 광고주

Fame: 우리 회사를 유명하게 만들어 줄 광고주

Finance: 수익성이 좋은 광고주

경험상 셋 다 갖춘 광고주는 없다. 둘만 해당되도 훌륭한 광고주다. 내가 했던 광고주들을 돌이켜 보면 PUMA는 일하는게 즐거웠고, COCA COLA는 일이 힘들고 돈도 짰지만 (놀랍게도!) 화제가 되는 캠페인을 할 수 있었고, UNILEVER는 조금은 지루했지만 회사의 캐시카우 광고주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만약 어느것 하나 충족하지 못하는 광고주를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있다면 빨리 팀을 옮기거나 이직을 고려해야 한다.

직원이 아니라 회사의 입장에선 세종류가 적절히 섞여있는 광고주 포트폴리오가 바람직하다. Fun 광고주는 직원들이 숨쉴 구석을 만들어주고, Fame 광고주는 new business를 수월하게 하며, Finance 광고주는 회사 경영을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공포 남자2


You're not you when yor're hungry라는 스니커즈 캠페인이 있다. 회사생활에선 You're not you when you're scared는 어떨까?

사람 능력 거기가 거기다. 이 나라 저나라 옮겨봤지만 프로 레벨에서 능력의 차이는 아주 몇명을 제외하곤 종이장 만큼 작았다. 도리어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더라.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공포는 사람의 악함을 끌어낸다. 직급이 높고 경험이 많으면 쉽게 흔들리지 않고 침착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올라갈 수록, 가졌을 수록, 잃을 것, 지켜야 할 것도 많아진다.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할까봐, 이번 분기 실적을 못 맞출까봐, 이번 PT를 따지 못할까봐 - 누구나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걸 남에게 쏟아낸다. 그것도 치열함으로 포장해서. 나는 이만큼 절실한데 왜 너희는 이 정도 밖에 하지 못하니.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고 대행사를 두들켜 패는 광고주, 자기팀을 들들 볶는 윗사람들, 사실 그들 안의 공포감이 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한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약간의 연민이 들기도 한다.

배가 고픈 아기는 영양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존본능에 따른 공포감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이럴때 '아가야 너의 균형잡힌 발육을 위해 엄마가 최고의 이유식을 만들고 있으니 배가 고파도 좀 참아'라고 하는게 효과가 있겠나? 일단 먹여야 한다. 어떤 패턴으로 허기를 느끼지는지 예측해서 울기 전에 밥을 먹이는건 육아의 기본이다. 마음속 깊숙히 공포감에 시달리는 클라이언트나 보스에게 합리적으로 논박하는건 역효과만 난다. 자기 밥줄이 끊길 수도 있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의 불안감만 자극하는 행동이다. 이 놈이 날 돕는게 아니라 장애물이었어란 생각마저 들게한다. 이런 사람들에겐 시간에 맞춰서 바로 바로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게 좋다. 괜히 전문가적 자존심으로 내가 됐다 싶을때까지 감추고 있으면 그들 마음속의 악마만 끌어낼 뿐이다. 일단 감정적으로 가라앉으면 그때 이게 이래서 좋고 저게 저래서 좋다고 해도 먹힌다. 인간 말종이라고 생각했던 광고주가 나중에 공포에 시달리지 않을때 만나보면 의외로 괜찮은 사람이라 놀란 적이 많다. 

좋은 광고주와 좋은 윗사람을 알아보는 방법도 간단하다. 자신 몫의 불안과 공포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 도망쳐라.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그런 사람들과는 좋은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가 없다. 남들 듣기 좋은 말만 해야한다는게 아니다.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감정은 철저히 배제하지만 꼭 해야할 말들은 쓴소리도 주저하지 앉고 꺼내는 선배들을 난 알고 있다. 그런게 진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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