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What have I done?

2차대전 당시 태국을 점령하고 있던 일본은 미얀마로 이어지는 철로건설을 계획합니다. 이 계획의 최대 난코스는 콰이강. 그곳에 다리를 놓기 위해 고심하던 사이토 대좌는 영국군 포로 지휘관인 니콜슨 대령에게 협조를 구하지만 거절당합니다. 그러나 탈출사건이 일어나고 시일이 촉박해지자 지휘권까지 넘겨주는 굴욕 속에 영국군 포로들의 협조를 받게됩니다.

지휘권을 넘겨받은 니콜슨은 다리 건설을 통해 영국군의 위엄을 보이고자 합니다. 일본군이 건설할 때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다리를 건설하게됩니다. 물론 내부의 반대도 있습니다. 다리를 건설하는 것은 적군을 돕는 행위라는 반론입니다. 니콜슨은 의사인 그에게 적군을 치료할때도 최선을 다하지 않냐며 무시합니다.

마침내 다리가 완공된 개통식날 영국군 유격대는 다리 폭파계획을 세웁니다. 우연히 이를 발견한 니콜슨은 사이토와 함께 폭약을 향해갑니다. 멀리서 보고있던 영국군 유격대는 폭파계획을 방해하는 니콜슨을 저지하기 위해 대원을 보내지만 그의 눈앞에서 총탄에 쓰러집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니콜슨은 절규합니다. "내가 뭘 한거지?" <콰이강의 다리>의 엔딩장면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직업적 활동가로 산다는 것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닙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신문과 우유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며 생활의 거의 전부를 헌신하던 분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의 신앙에 가까운 신념이 아니면, 거의 독선적이라고 할만한 결기가 없다면 쉽게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서 그 길에서 이탈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만큼 아집과 독선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토요일밤 생중계로 그분들을 보았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다리를 지키기위해 같은 길을 가던 사람들을 폭력으로 저지하던 그 아수라의 현장을 목도하였습니다. 군인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군인의 진짜 본분을 놓쳐버린 그분들께 이제 그만 내려놓고 조금 긴호흡으로 같은 질문을 던져보기를 권합니다. "내가 뭘 한거지?" 조금 늦었지만 더 늦어지면 진짜 늦습니다.

공유하기 버튼

 

포지셔닝 남자2

브랜드 A는 당신의 기분을 재충전해주고 생기있게 해줍니다. 브랜드 B는 몸매관리를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제품은 없다고 말합니다. 브랜드 C는 궁극의 미용제품이라고 광고합니다. 무슨 제품일까요?







본질적으로 99.9% 서로 똑같은 H2O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포지셔닝하는가에 따라 서로 전혀 다른 제품으로 인식됩니다. 이걸 전략이라고 해야할까요 사기라고 해야할까요? 여하간 포지셔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공유하기 버튼

 

Beginning of a cliche 남자2

어떤 가치관에 대해 강력한 레토릭들이 동원될 때는 사실 그 시대와 사회가 해당 가치를 결핍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세종대왕이 삼강행실도를 간행한건 당시 조선이 충효사상으로 꽃피운 때문이 아니라 충효가 바닥을 치고 패륜이 사회 전반에 넘쳐있어서 강력히 교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수가 2천년전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친 것 역시 가족과 이익을 공유하는 집단 이외의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잔혹했던 당시의 가치관을 뒤집기 위해서였지 love is all around us한 아름다운 세상이어서가 아니었다. 

광고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속성상 'mass'가 동의할 수있는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광고쟁이들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시대정신을 대변하게 된다. 한국 광고에 애국과 이웃사랑, 독립심, 자기만족 등이 넘치는 것도 사실은 사회 전반이 이기주의와 걍팍한 유행주의에 사로잡혀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어떤 선배는 때려죽여도 좋은 컨셉이 안 나오면 "대한민국을 생각합니다" 같은 태그라인을 쓰면 된다고 자조적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서양 대행사들도 그런게 있다. 이런 비슷한 캠페인 수도없이 많이 본것 같아서 차별화도 안 될거 같은데 또 나오고 또 나오는 주제, 바로 OPTIMISM(낙관주의)에 관한 것이다.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고든 게코가 "탐욕은 좋은거야(Greed is good)"라고 외쳤던 1980년대는 Yuppie들의 전성시대였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말 돈과 성공이 인생의 전부일까라는 회의가 서구사회를 휘감기 시작했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는 진자의 추처럼 인류의 역사를 번갈아 장식했을 것이고, 서구문명에서 낙관주의의 기원을 캐려면 향락주의 철학부터 뒤져야겠지만 남자2에게 그럴 능력은 없다.^^ 그래도 서구광고에서 물질적 풍요 이상의 가치들이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시점이 1990년대부터가 아닐까 추론해본다. "LIVE LIFE TO THE FULL"은 성공이라는 미래가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경험과 관계에 집중하라는 사고관이다. 매우 건전한 생각임에 분명하나 세계적 브랜드 대부분이 이런 류의 메시지를 일관한다면 악마의 숨결이 담긴 사악한 메시지가 그리울 지경이다.

<광고역사상 king of wishful thinking은 언제나 Coca-Cola였다>

폭스바겐은 1970년대에 미국에서만 1년에 57만대의 차를 팔았다. 이게 1993년에 이르러서는 연 5만대 이하까지 추락한다. 그러나 6년후인 1999년엔 32만대 수준까지 회복한다. 애플의 컴백 못지 않은 이 극적인 반등은 폭스바겐이 뉴비틀을 필두로 제타, 파사트, 유로밴 등 완전히 새로운 제품 포트폴리오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 때문이지만 DRIVERS WANTED라는 광고캠페인에 덕본바도 크다. 광고캠페인은 각각의 신제품에 꼭 맞는 타깃 컨슈머를 찾아주는데 집중했고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고전캠페인을 다시 찾아보는건 언제나 흥미롭다. 거기엔 이제는 일반화된 어떤 세계관의 원형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21세기식 낙관주의와 휴매니티를 소외시키지 않는 테크놀러지에 대한 고민은 최소한 광고에서는 폭스바겐에서부터 시작한거 아닐까 생각해본다. 당시 대행사였던 Arnold Communications가 광고주 PT용으로 제작한 비디오를 우연히 찾았다. Brand manifesto 비디오라고 흔히 부르는데 TV 론칭편의 컨셉이 모두다 담겨있는걸 알 수있다.





P.S) 쉐보레가 네이버 프로야구 중계를 LOVE. LIFE. CHEVROLET로 도배한다. 어쩌자는건지 의도가 알 수 없는 이 캠페인은 왜 나왔을까? 인생에 대한 낙관주의는 위기에 몰린 투수가 던지는 바깥쪽 변화구처럼 대행사를 구하기 때문일까? 또 현대자동차의 LIVE BRILLIANT는 우리도 이제 글로벌 브랜드야라고 알리는 인증샷 같은건가? 로컬 광고에 서구적 세계관이 도입한 두 캠페인은 이래서 흥미롭다.

공유하기 버튼

 

Creativity 남자2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은 남들을 쫓아다니지 않는다. 그들은 현재의 경쟁 상황에서 빈구석이 어딘지 연구한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다. 창의력은 발명(invent)이 아니라 발견(discovery)하는 힘이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크리에이티브란 생각의 광야를 구도자처럼 헤매다 가까스로 발견하는 어떤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가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점유하지 않은 어떤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관점'의 문제가 된다. 

사실 어디에서 발견되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경쟁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곳만 아니면 된다. 보통 남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함으로써 차별성을 획득하려고 한다. 그런데 경쟁자들이 왜 하필 거기에 모여있었던 걸까? 거기가 메인스트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멀리가면 본질에서 벗어나게 되는 위험성이 커진다. 달라보이려고 애를 썼지만 '뭥미?'소리를 듣는 뜬금없는 광고들 있잖은가? 고생한 제작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안이한 광고들과 결과는 크게 차이가 없을거다. 차별화를 하면서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법은 뭘까? 반대 방향으로 뛰거나 아니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1) '현재'의 다른 메인스트림 포섭하기: STRETCH TO OPPOSITE DIRECTION

메인스트림의 자격을 갖춘 포지셔닝이 반드시 한개는 아니다. 동일 시점의 경쟁 구도에서 복수의 메인스트림이 존재할 수있다. 정치의 예를 봐라.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른 포지셔닝이지만 둘다 메인스트림으로서 작동한다. 이 상황에서 차별화를 위해 너무 멀리 가면 허경영이 되거나 극좌가 된다. 선거가 마케팅과 유사하다면 득표율은 마켓쉐어다. 전통적인 지지층은 기존고객이고 부동층은 신규고객이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는 great nation을 이야기했다. 위대한 아메리카. 보수주의자들이 즐겨쓰는 레토릭이다. 그러나 이걸 인권변호사 출신의 흑인 진보후보가 들고 나오면 공화당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내 포지셔닝을 버리고 남의 포지셔닝을 취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그게 아니라 남의 포지셔닝을 나의 포지셔닝에서 해석하면 그 순간 나의 확장성은 극대화된다. 이건 박근혜의 전략이기도 하고 안철수의 전략이기도 하다.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는 독재자의 딸과 경쟁보다 기회의 균등을 이야기하는 CEO. 그들의 포지셔닝은 이러한 방식으로 대중성을 얻는다.

좀 오래된 광고 한편을 틀까한다. 밀러 하이라이프 2000년 작품. 밀러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1903년)인 하이라이프는 다큐멘터리 작가 Errol Morris의 솜씨를 빌어 "진짜 남자 맥주"로 재탄생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색시(Newlywed)"편이다. 남자 맥주는 여자의 관점을 통해서 진짜 마초의 지위를 획득한다. 


"새색시님, 집중하세요. 맥주를 구입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어떤 남자를 원하는가? 맞아요. 당신은 하이라이프같은 남자를 원하는거죠. 하이라이프(상류인생?)에 투자하는건, 당신의 미래에 투자하는겁니다." (Attention, newlywed girl. Before you rush into a beer purchase, ask yourself this. What kind of man do you want? That's right. You want High Life man. An investment in the high life is an investment in your future.)

2) 과거의 메인스트림 복구하기: RE-ESTABLISH THE FORGOTTEN TRUTH

"Try to find that long-neglected truth in a product and give it a hug."
오랫동안 잊혀진 제품에 담긴 진실을 찾아보아라. 그리고 찐하게 한번 안아줘라.
(CP+B의 Alex Bogusky)

막힐땐 시작한 곳으로 돌아가라. 이 격언을 가장 열심히 실천하는 집단은 헐리우드, 특히 슈퍼히어로물을 만드는 스튜디오들이다. 방전된 자동차를 점프케이블로 시동을 걸듯이 힘이 빠진 시리즈에 새로운 기운을 불러넣는건 리메이크라고 하지 않고 '리부트(reboot)'라고 부른다. 조엘 실버가 철저히 망쳐놓았던 배트맨 프렌차이즈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되살려놓았고, 잊혀질만한 시간조차 부족했던 스파이더맨은 벌써 새로운 시리즈가 올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목할 점은 모든 리부트는 탄생신화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프리퀄의 이름으로 탄생 이전으로까지 되돌아가기도 한다. 그것은 탄생의 스토리에 캐릭터가 갖는 매력의 원형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브루스 웨인은 강도에게 부모님을 잃었고, 피터 파커는 거미에 물렸다는걸 뻔히 알면서도 마치 새로운 영화인양 극장 앞으로 달려가는게 신기할 노릇이다. 관객은 텔레토비를 시청하는 아기들처럼 좋아하는 이야기는 어게인, 어게인을 외치면서 또 보고 싶어하는것 같다.

이렇듯 차별화는 우주선을 타고 멀리가는 방법도 있지만 타임머신을 작동시켜 과거로 가는 방법도 있다. 예전의 메인스트림과 접속하는 것이다. 탄생신화에 담긴 풍부한 텍스트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한 작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의 부상과 함께 브랜드도 프로덕트도 모두 꼬여버렸다. 이 모든걸 끊어버리고 싶은 그들의 절박함은 새로운 윈도우즈8 로고에도 담겨있다. 창문인지 깃발인지 모르겠다는 과거의 로고를 버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라는 원래 의미대로 반듯한 사각형으로 돌아갔다.



퓨마의 전성기는 1970년대였다. 펠레가 Jumping Cat(퓨마의 애칭)을 신고 월드컵을 뛰었고, Walt 'Clyde' Frazier가 자신을 이름을 딴 Puma Clyde를 신고 NBA 코트를 호령했다. 하지만 퓨마는 20세기 후반 처절한 몰락을 경험한후 90년대말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다. 무덤에서 돌아온 브랜드가 자신의 가장 자랑스런 순간을 소환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Puma Archive는 퓨마의 레트로 라인으로 Adidas 역시 Original을 통해 이에 호응했다.



매드맨 시즌1에는 번벅이 만든 폭스바겐 비틀 Lemon 광고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는 장면이 있었다. 브랜드광고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1998년 폭스바겐이 30년만에 제2세대 뉴비틀을 소개할때 예전의 광고에 오마쥬를 바치는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Car가 아니라 Soul이니까...

공유하기 버튼

 

Ungrammatical 남자2

현대차의 글로벌 캠페인 슬로건을 보고 "이거 비문아닌가? Live brilliantly여야 하잖아"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애플의 "Think different"를 참조했음을 알 수 있었다. 
흔히 애플이 튀어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문법을 무시했다, 문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ly"를 붙여서 부사(differently)로 썼어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슬로건이 무엇을 강조하고자 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1997년의 Think Different 캠페인은 애플이 오랫동안의 부진을 딛고 재탄생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에서 형용사가 명사를 대체하는 경우는 흔하다. Think green, Think playful, Think amazing의 예를 봐라. 월터 아이작이 쓴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다. 잡스는 Think a little different 또는 Think a lot different와 Think different는 뉘앙스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비교를 초월하는 완전히 다른 것에 대한 야심.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라 애플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로서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How to think"가 아니라 "What to think"에 대한 답이었기 때문이다. 이 뒤에 따라나오는 아이맥 같은 신제품이 전혀 새로운 제품으로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해 밑밥을 깐거다.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은 회사로서 고리타분한 문법에 얽메이지 않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문법 논쟁에 시달리는 광고카피 중에 McDonald's의 "I am loving it"을 빼놓을 수없다. 네이티브 스피커들이 더 불편해 하는 비문이다. 학교에서 know, love는 현재진행형으로 쓰지 않는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원래는 "I always love it"이 맞다. 역시 핵심은 무엇을 강조하는가이다. I'm loving it은 I'm enjoying it의 변형이다. 일상속의 적극적인 선택을 강조하기 위해서 채택되었음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카피에서 비슷한 사례를 생각해봤다. 한국 떠난지 너무 오래되어서 오피러스의 "당신을 감탄합니다" 정도 밖에 생각이 안난다. 비문을 감수하고도 핵심타깃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잘 보이지 않는 크리에이티브 때문에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던 것 같다. 

공유하기 버튼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남자1 트윗

남자2 위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