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English in Europe 남자2


유럽에서 영어 실력은 스칸디나비아나 네덜란드가 제일 뛰어나고, 독일은 괜찮은 정도,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은 한참 떨어진다. 프랑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작 인프라 때문에 일을 자주 같이 하게 되는데, 영어로 의사 소통에 갑갑함을 느끼는 그들을 볼때마다 어떤 심정일지가 궁금했다. 문화와 역사로 따지면 영국이 우스울텐데 라이벌인 나라의 모국어를 써야하는 인지부조화를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까운 프랑스인 동료가 준 답은 의외로 심플.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최고급 수준의 문화, 예를 들어 예술, 철학, 요리, 패션에서 영어는 그 미묘함과 디테일을 담기에 한참 부족하고, 프랑스어는 외교에서 국제공용어이며 세계 어디를 가도 프랑스어를 하면 지적이고 예술적인 사람으로 인정 받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영어는 상업적인 영역에서 도구로서의 언어일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선 시대에 역관들이 양반이 아니라 기술직인 중인에 속했던걸 생각해 보면, 영어가 유창한걸 고등교육과 지성의 증거로 받아들이는 우리가 이상한걸지도.





지지율_KPI_브랜드 남자1

박정희 시대에는
온국민이 전년도 수출액*1을 알고 있었다.
해마다 빠르게*2 성장하는 지표는
다른 모든 그늘을 지웠다.
요즘 쓰는 용어로 치자면
일종의 KPI인 셈이다.

같은 틀로 보자면
박근혜정부의 KPI는 지지율 이었다.
집권세력이 지지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지지율을 인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악재가 있을 때는 조금 기다렸다가,
호재가 있을 때는 득달같이' 측정하여 시기를 조절하거나
지표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사안들로
그때 그때 높낮이를 조절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몸 구석구석이 병들어 열이 펄펄나는대도
해열제를 계속 먹어가면
스스로 체온을 속였던 셈이다.

***

요즘은 기업의 마케팅에서 
그 불안한 징후가 보인다. KPI.
임원들은 기껏해야 1년*3 
중간 간부들은 분기별로 인덱스를 관리해야한다. 
브랜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들의 KPI가 광고목표가 되어 브리프를 채운다. 

체리를 주렁주렁 매단 
자잘한 이벤트로 벌어들인 클릭수가 
브랜들 비틀거리게하고 
오늘 광고 시작했는데 
다음날 포스데이터가 성과로 치켜세워지기도 한다. 

지금 당장은 그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보이지 않은 경우가 더 중병이다. 
최근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대통령의 직무에 대한 긍정 반응이 40%를 넘나들었다.
지지율의 함정만큼이나 KPI의 위험부담도 깊어보인다. 
 
***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관리될 수 있다면 조작될 수도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
*1. 수출 *100억불을 달성한 해는 1977년이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어린이가 40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2. 1964년에 해외 수출액이 1억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0년만에 백배 성장한 셈이다. 해마다 수십%씩 증가했을 터이고 이는 집권세력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인덱스였을 것이다.
*3. 미국 기업들이 브랜드 자산 개념을 도입한 것은 전문 경영인 제도의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3년 임기의 CEO가 단기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장기적 비전을 외면하거나 독자적인 경영성과를 위해 경영의 연속성을 단절시키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렉사_인공지능 시대의 피휘(避諱) 남자1

아마존이 개발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echo의 호명은 alexa이다. 
모든 명령은 '알렉사'라고 부르며 시작한다 

https://youtu.be/24Hz9qjTDfw

알렉사란 이름이 방송되며 벌어진 
아마존의 대량 오주문 사태도 
이 호명에서 기인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056&aid=0010407920

누군가의 이름이었던 알렉사는 
이제 아마존의 에코를 부를 때 이외에는
피해야할 이름이 되었다. 

더불어, 이제부터 태어나는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 
알렉사는 피해야 하는 이름이 될 것이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이미 수천년 전부터
일상생활에서 특정 이름을 부르는 것을 
피하는 관습이 있었다. 

이를 피휘(避諱)라고 한다. 
휘. 가 군주의 이름이니 
피휘의 대상이 되는 이름이 곧 황제다. 

한 사람의 황제가 곧 하나의 제국이니
인공지능의 플랫폼이 
곧 그 제국인 셈이다. 

팍스 아메리카나 이후는 
팍스 차이나가 아니라 
'팍스 알렉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더 실용적일 것이라 생각된다. 

_____________________

*1. 피휘의 흔적은 우리나라에도 남아있다. 대구의 원래 한자명은 大丘 였으나 공자의 이름의 孔丘 였던 관계로 현재는 大邱로 쓰인다. 

*2. 번침을 다시 시작합니다. 회사를 옮긴 덕분에 쓰고싶은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변화하는 환경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소심하게 각주에 알립니다. 





Brexit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남자2

국민투표가 코앞인데, EU "탈퇴(leave)"가 "잔류(remain)"보다 더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도 많아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도 전혀 놀랍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재작년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작년 총선 등 숨은표가 결과를 바꿨던 추세를 생각하면 당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영국은 유럽인가?'란 우리 입장에서 너무 당연한 질문에 '그레이트 브리튼은 유럽이 아니다'라고 답한다. 영국 정치에서 친유럽파(Europhile)와 반유럽파(Eurosceptic)의 반목은 천년 이상 끌어온 전혀 새로운 일도 아니다. 유럽연합 탈퇴는 시계추처럼 정치, 경제 상황에 따라 불거지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찬반 의견을 대충 나눠보면, 좌파/대도시/청년/대기업은 EU에 남기를 원하고, 우파/지방/장년층/자영업은 탈퇴를 원한다. 가장 중요한 열쇠말은 이민 문제다. 경제적으로 소외된 층일 수록 자신들의 녹록치 않은 현실이 몰려오는 동유럽, 무슬림 이민자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탈퇴를 원하는 고정표는 30% 정도밖에 안 되었다. 극우파들의 주장 정도로 폄하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합리적인 이유로 유럽탈퇴를 고민하는 층이 15%정도 더해지면서 국민투표가 안개정국으로 빠졌다.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면 1) EU는 그리스/스페인 사태로 이미 난파선이 되었다. 미래가 없는 유럽연합에 계속 우리의 피같은 돈이 들어갈바에 지금 뛰어내리는게 낫다 2) EU는 결국 독일의 유럽 헤게모니 전략에 불과하다. 남의 잔치에 우리가 왜 들러리를 서나 3) 브뤼셀의 유럽의회는 관료주의에 장악되어 더이상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EU 탈퇴는 정의다.

신기한건 국민투표 찬반을 두고 보수당과 노동당이 싸우고 있는게 아니란거다. 여야 지도부 모두 EU잔류를 주장한다. 문제는 두 당 모두 극심한 내홍에 빠져서 리더쉽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당론이라고 무조건 따르지 않는게 영국 정치의 전통이긴 하지만, 현직 수상인 데이빗 카메론이 EU 잔류를 설득하는데도 보수당 내에서 대놓고 Leave 캠페인에 가담한 인사들이 많다. 전통 좌파 노선 복귀를 선언한후 이념투쟁에 빠진 노동당의 경우 당수인 제레미 코번의 존재감은 제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영국에게 자살골이 될것으로 확신하는 브렉시트가 진짜 벌어진다면 조정능력을 잃은 정치의 뼈아픈 댓가다. 무엇보다 유럽연합 잔류가 기득권의 목소리로 비춰진다는게 Remain 캠프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브렉시트는 풀뿌리 보수들의 반란이란 점에서 트럼프 현상의 영국판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퇴임후에 더 인기인 고든 브라운 전 수상. 토니 블레어는 안티가 너무 많은 관계로 진보 진영에서 가장 자주 소환되는 인물>



마케팅 거꾸로 보기 (2): Funnel은 가라, CDJ의 시대가 왔다 남자2

이번에 할 이야기는 주류마케팅에 대한 부정은 아니고 보완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러니까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이론되시겠다 :-) 

마케팅 퍼넬(funnel, 깔대기)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이론이 대단히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는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이다. 소비자가 구매에 이르는 의사 결정 단계를 처음 정리한 A-I-D-A 모델이 나온게 1898년이고, 이걸 '깔대기'로 비쥬얼화한게 1924년이다. 광고모델의 또다른 클래식이라 할 Unique Selling Point가 등장한게 '겨우' 1960년대인걸 생각하면, 진짜 시대를 초월하는 인사이트임을 알 수있다. 퍼넬은 광고 하나에 모든 메세지를 우겨넣으려는 광고주로부터 광고쟁이들을 오랫동안 지켜준 친구다. 광고업계가 디지털과 소셜 미디어의 쓰임새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던 것도, 퍼넬 모델이 여러 단계의 의사 결정 과정에 걸쳐서 다양한 채널을 최적화하면 효과가 크다는 점을 잘 설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월한 모델도 시대에 맞춰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마케팅 퍼넬은 브랜드가 주도권을 갖고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줄이고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선택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맹점이 있다. 요즘 사람들은 정보를 얻을 곳이 너무 많다.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가 칼자루를 쥔 세상에선 메시지를 push하기보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pull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McKinsey가 제시한 Customer Decision Journey다. (솔직히 제목은 참 따분하다. 밑에 그림은 클릭하면 확대가 된다)
CDJ는 일단 의사결정 단계별 목표를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에서 다시 규정했다. Initial Consideration Set (최초고려군) - Active Evaluation (적극 비교) - Moment of Purchase (구매 순간) - Post Purchase Experience (구매후 경험). 소비자 입장에 서보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가 명확해진다. 우리 모두가 사실은 소비자기 때문이다. 매킨지는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의사결정과정이 한번 물건을 사고 끝나는 선형(linear)이 아니라 미래의 결정에 끊임없이 피드백되는 환형(circular) 구조를 갖는다는걸 알아냈다. 이 과정에서 최초고려군에 포함되지 않았던 브랜드가 나중에 새로 추가되기도 한다. 소비자경험(구전, 리뷰, 패키징, 고객서비스)을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실재의 예를 들어보자. 얼마전에 남자2는 사운드바를 새로 샀다. 신혼때 장만했던 5.1채널 홈시어터가 낡기도 했거니와 복잡한 케이블이 청소기에 자꾸 걸린다는 아내의 불만도 한 이유였다. 나의 ICS(최초고려군)엔 3개의 브랜드가 있었다. 메인스트림 메이커 중에 Sony와 Samsung, 그리고 오디오 전문브랜드 중에 Yamaha. 본격적인 AE(적극비교) 단계에 들어섰다. 아마존의 소비자 리뷰(word of mouth)와 오디오 전문 사이트 기사(review)를 틈만나면 읽었다. 이 과정에서 Yamaha가 탈락을 하고 Bose가 새로 들어왔다. 최종구매시점(Moment of Purchase)에는 Bose가 1일 무료 배송이 된다는 점이 어느 정도 작용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제품이 도착했다. 배송, 패키징, 설치과정 모두 만족스러웠다. 아마 내가 좀 덜 게으른 사람이었으면 직접 리뷰도 썼을것이다. (Post Purchase Experience) 그리고 나중에 새로 오디오 기기를 장만한다면 나의 최초고려군에 Bose가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읽고서 뭐 퍼넬이나 CDJ나 이름만 바꾼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 CDJ에서 정말 배워야할건 뭘까?

1. CDJ는 인지도가 낮은 흙수저 브랜드들도 active evaluation처럼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단계를 잘 관리하면 성공할 수있다고 말한다. 인생이나 시장에도 패자부활전이 가능하다는게 참으로 듣기 좋지만, ICS에 포함된 브랜드의 2/3가 끝까지 완주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최초고려군에서 빠졌다고 포기해선 안 되겠지만 다시 끼어들기는 3배 가까이 힘들다고 한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 수록 ICS에 포함되는 브랜드의 숫자가 줄어든다. 사람들은 고를게 많아서 머리가 아프면 선택을 더 단순하게 한다는 역설이다. 결론적으로 ICS, AE '듈다' 중요하다.

2. 일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무엇이 팔리려면 무엇을 사야겠단 마음이 먼저 생겨야 한다. 신용카드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 데이터지만 55%의 소비자는 그냥 '멍한' 상태다. 그냥 지금 쓰는 카드에 큰 불만이 없다. 37%는 새로운 카드를 만들까 생각은 하지만 굳이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단 8%만이 자신에게 맞는 카드를 찾기 위해 정보를 취합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용카드 마케팅은 마치 모든 소비자들이 당장에라도 카드를 새로 만들 사람처럼 접근한다. 멤버쉽 포인트나 이자율 같은 메시지는 일단 카드를 하나 만들기로 마음 먹은 AE 단계에 더 적합한 메시지일 수 있다. 그것보단 내가 왜 새 카드가 필요하지 - 휴가를 가나? 결혼을 하나? 그래서 아무 생각이 없던 55%의 소비자에게 카드를 팔기(sell) 보단 카드를 사야(buy) 할 이유를 제시하는 메시지가 ICS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추억의 캠페인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가 왜 절묘한 전략인지 설명이 된다. 

3. 매출에 문제가 있다면 CDJ를 잘 들여다보고 문제점이 어느 단계에서 발생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은 계약시점(Moment of purchase)에 할인과 서비스를 쎄게 주는 방식으로 차를 팔아왔다. 그런데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강력한 품질로 소비자 체험과 구전을 장악하자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ICS에서부터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럴때 할인률과 공짜를 늘리는건 문제를 악화시킬 따름이다. CDJ는 선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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