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남자 1의 생존기 03_아이디어 남자1

생각과 아이디어의 관계는 패스와 어시스트의 관계와 동일하다. 패스 중에 골로 연결되는 패스만을 어시스트라고 하듯, 수많은 생각 중에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을 아이디어라고 한다. 크리에이터(정확한 명칭은 아니지만 통용되므로)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 즉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이 역할은 광고회사의 형태나 시기에 따라 바뀌지 않을 것이다. 

 종대사이건 *디지털 대행사이건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본질적으로 같다. 브랜드가 당면한(혹은 당명하게 될)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시장을 살펴봐야 하고, 사람들의 날것의 욕망을 들여다봐야한다. 디지털 대행사에서 적응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간혹 묻는 사람들이 있다. 종대사에서 오래도록 일했는데 디지털 대행사로 옮기는 것이 쉽게 가능하냐고. 축구와 풋살 정도의 차이라고 이야기한다. 필드도 다르고, 규모도 다르며, 티켓값도 다르지만 축구선수가 풋살을 두려워 할 이유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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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디지털 대행사'라는 이름은 적절하지 않아보인다. 
종합광고대행사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이다보니 only digital처럼 보인다. 
'포스트비쥬얼'이 슬로건으로 쓰고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의 광고회사.(Agency for Digital Age) 
 

남자 1의 생존기 02 _ 같은점과 다른점. 남자1

변화는 둘로 나뉩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것. 현상적으로 본다면 변하지 않는 것은 같은점으로, 변하는 것은 다른 점으로 남습니다. 종대사에서 디지털 대행사로의 이전도 마차가지 입니다. 그래서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나누어보고자 했습니다. 세상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관점에 관한 비유를 통해. 



'어쩜 이렇게 똑같지?' 와 '어쩜 이렇게 다르지?'는 다르지만 틀리지 않습니다. 같은 측면과 다른 측면이 상존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양쪽을 다 살펴야 본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이를 통해 같은점이 드러나고 같은 점을 통해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같은점을 통해 본질에 다가섭니다. '사람 참 안변해'라는 말은 사람이 안 변하는게 아니라 그 변하지 않는 부분을 그 사람이라고 말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 변하지 않는 부분이 그 사람인 것이겠지요. 종합광고 대행사와 디지털 광고 대행사라는 다른 이름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광고의 본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 1의 생존기 01_ 설계. 남자1

덜컥, 강연에 대해 쓴다고 해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강의한 내용을 일종의 녹취 형태로 쓰려고 했으나 일단 쓰는 내가 재미없을 것 같고 나중에 강의 영상이 공개될 것 같아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강의내용이 아니라 강의를 준비한 이야기를 써보자.' 나름 두 남자의 첫번째 합동 강연에 대한 기록의 의미도 있고 혹시 이러저러한 강의를 준비하는 분들에 도움이 될까해서입니다. 영화가 이미 개봉된 후에 발매되는 DVD에 들어있던 일종의 commentary 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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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의로받은 것은 세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부산국제 광고제, 크리에이티브 캠프의 한 세션을 맡아주세요. 번개와 피뢰침의 두분이서" 강의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지만 런던에 있는 남자2 초청비용도 포함이라고 해서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남자2도 강의보다 먼저 해운대 바닷가 횟집의 저미어진 흰살들과 맑고 투명한 소줏잔이 먼저 떠오르지 않았다면 거짓말 일 것입니다. 

어쨌든 슬렁슬렁 두어달이 지나가고 강의 초안을 제출해야 시점에서야 주로 늦은밤(런던은 오전시간)에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둘 다 성격 대놓고 꼰대질을 할만큼 염치없지는 않아서 00론 혹은 00방법 등등의 주제는 처음부터 제외했습니다. 대신, 우리 두사람의 서로 다른 경력 (글로벌 / 로컬, ATL / 디지털, 기획 /제작)을 기반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하기로 정했습니다. 일종의 경험담인 셈입니다. 

막상 이렇게 정해놓고 덱을 정리하다보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를 인식하게 됩니다. 제법 큰 무대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광경을 떠올려보니 이건 정말 광고의 구루들이 회고담을 하는 것같은 시건방진 상황이 벌어지게 될 수도 있게다는 걱정이 덜컥. 게다가 평소에 '구루병'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비꼬던 상황을 스스로 연출하는 어리석음까지. 아무튼 그래서 두사람의 이야기는 '생존기'로 정했습니다. 실제로 겨우 살아남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혹시 서바이벌 가이드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제 구조 설계. 먼저 남자1이 종대사(종합광고대행사)에서 디지털 에이전시로 옮겨서 겪었던 이야기를, 남자2는 홍콩과 런던에서 기획하는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야했던 이야기를 하고 광고회사 생존에 필요한 '재능'에 관한 질의응답으로 마무리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 강의의 숨겨진 부제는 '재능없는 사람들의 광고회사 생존기'입니다. 

이렇게 강의를 설계하고 맞춰보는(이 과정은 iCloud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공유를 설정해놓으면 두사람이 수시로 수정을 할 수 있습니다.) 사이에 강의를 시뮬레이션 해보니 강의를 듣게될 대부분의 청중들은 우리 두사람이 왜 이런 강의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 맨 나중에 추가한 장표가 아래의 대조표입니다. 두사람을 각자 소개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각자 어떤 이야기를 하게될지 예측하면서 또 우리가 왜 같이 발표를 하게됐는지에 대한 한장의 설명서 인 셈입니다. 



표지 바로 다음인 이 장표를 뒤로 하고 제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전체 시간은 40분. 각자 15분씩 하고 인토로 3분, 토론 7분 정도를 배분했는데 아무래도 10여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서는 남자2가 훨씬 하고싶은 말이 만을 것 같아서 남자1을 5분 줄이고 남자2가 그 시간을 써서 3 / 10 / 20 / 7 정도로 배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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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표에는 쓰여있지 않지만 80년대후반과 90년대에 대학을 보냈던 두 사람은 강의실보다는 거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점과 아마도 광고회사 최초 혹은 유일의 노동조합에서 위원장과 사무국장을 한 경력도 공통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두 사람이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고 했던 것도 광고관이 아니라 세계관이 닮아서 였던 점을 감안하면 장표의 윗줄에 쓰였어야할 경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산국제 광고제 강연

지난 8월 25일 부산국제광고제에서 남자 1과 남자 남자 2가 <번개와 피뢰침 : 런던 AE와 홍대앞 CD의 생존기> 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남자1은 종합광고대행사에서 디지털 대행사로 옮겨서 격은 이야기, 남자 2는 런던과 홍콩에서 살아남은 이야기를 하는 자리 였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그동안의 과정을 정리하는 의미도 있고해서 그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려볼까 합니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말씀은 못드리겠고 강연을 계기로 나눴던 생각들을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승민은 왜 안 뜨나 남자2

자기가 뽑은 후보를 스스로 흔들더니 개혁보수하겠다고 박차고 나온 자유한국당을 제발로 다시 걸어들어가겠단다.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국민이 바보지만 유승민의 지지율이 10%라도 나왔으면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심상정도 뜨는데 왜 유승민의 지지율은 꿈쩍을 안할까? 합리적 보수유권자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합리적인 보수정당 자체가 성립안한다는 비하는 일단 접어두고 마케팅 관점에서만 생각해봤다.  

1. 제품없는 브랜드 캠페인

사실 바른정당은 대선 이후가 훨씬 기대가 됐다. 과반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협치는 필수적이다. 지지층이 겹치는 민주, 국민, 정의가 한배를 탈 수밖에 없을때 중요한 의제는 바른정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ㅂㄱㅎ 탄핵도 바른정당의 용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그래서 탄핵에서 대선까지 3개월도 없었던게 바른정당에겐 치명적이었다. 바른정당의 존재가 국정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증명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 브랜드 캠페인으로는 이노베이션을 말하는데 정작 팔 제품 자체가 없는 상황. 국민의당은 총선을 통해서 중도정당이 어떻게 보수와 진보를 견인할 수 있는지 어렴풋이 보여주기라고 했다. 유승민 지지도보다 바른정당의 지지도가 더 낮은데 모든 책임을 후보에게 모두 묻는건 부당하다. 바른정당을 보면 대표이사의 생각과 직원의 생각이 따로노는 회사를 보는 느낌이다.


2. 사양과 편익의 혼동

제품사양과 소비자편익의 혼동은 마케팅에서 흔한 오류다. 예를 들어 ABS 브레이크는 사양(feature)일뿐이고 편익(benefit)은 눈길, 빗길에서도 안전한 제동이다. 더 나아가 최종편익(end-benefit)는 내 가족을 지켜주는 기술이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을 소비자로 연결하지 못해서 실패한다.

"따뜻한 보수"는 아쉽게도 대단히 내부자적인 사고방식(inward thinking)이다. 경쟁자들의 마케팅 제언(marketing proposition)과 비교해 봐라. 적폐를 청산하겠다, 정치를 바꾸겠다,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겠다에 비교해서 보수를 바꾸겠다는 훨씬 작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있다. 유승민은 보수정치인 이전에 대중정치인이다. 따뜻한 보수를 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더 명확했어야 했다. 공화국과 공동체 이야기에 머무르는걸로는 부족하다.


3. 향상심 아니면 면죄부

설득을 목표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이성보다 감정을 건들어야 한다. 향상심을 느끼게 하거나 면죄부를 주거나. 

이걸 먹어, 이걸 입어, 이걸 써봐, 네가 상상도 못할만큼 멋있어질거야. 정치에서 유권자가 더 나아진 자신을 꿈꾸게 하는건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 마틴 루터킹의 I HAVE A DREAM 정도 되어야 가능하다. 안철수가 이걸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후보 자체가 역량이 안됐다. 

면죄부는 보다 더 강력한 심리적 편익이다. 싸지만 품질도 좋아, 바쁘면 이것만 해도 충분해, 네가 못 생긴건 네 책임이 아니야. 레드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찍 소리도 못하던 인간들에게 괜찮아, 네가 잘못 뽑은게 아니야, 나라가 이렇게 된건 종북좌파들 때문이야라고 심리적 면죄부를 줬다. 

그런데 유승민은 향상심이나 면죄부가 아니라 도리어 죄책감을 건들었다. 따뜻한 보수란 냉혹한 보수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내가 그동안 찍은 보수는 가짜 보수란 말인가?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불편한 이야기가 아닐 수없다. 정치인의 철학으로선 훌륭하지만 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는 그다지 효과적이 아니다. 소비자(유권자)에게 고백이 아니라 유혹을 해야한다.

나가며

김무성씨 말대로 소쩍새 우는데는 다 사연이 있을것이다. 그리고 다 결과론일 뿐이다. 문재인이 우클릭을 하지 않았다면, 안철수란 중도후보가 없었다면, 심상정이란 새로운 발견이 없었다면 대박을 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후보 본인이 말하는대로 합리적 보수라는 지도에도 있지 않은 길을 가는 첫발일 수 있다. 예전에 앵그리버드를 만든 Rovio 개발자 강연을 들을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게임 하나 운좋게 걸려서 대박 난거로 아는데 사실 수많은 제품을 시장에서 말아먹고 성공한 역전 만루홈런이었다고. 정치도 마케팅도 처음부터 대박 나는건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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