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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ity Stunt

현대마케팅이 소비자 삶속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면서 사람들이 '봐줘야' 할 매체들은 감당할 수 없을만큼 늘어나 버렸습니다. 기존의 TV나 인쇄매체를 이용한 매스마케팅은 비용 대비 반응을 끌어내는데 한계가 분명해졌습니다.

광고 메시지는 대부분 다음의 세가지 방식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됩니다. 돈을 내고 사거나(paid), 공짜 홍보가 되거나(earned) 아니면 입소문이 나거나(word of mouth). 마이클럽닷컴이 "선영아 사랑해"로 히트를 쳤던 10년전만 해도 게릴라 마케팅은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신생기업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가까왔습니다. 그러나 기업간에 경쟁이 날로 치열해 지면서 어떻게든 난리아수라장의 매체 clutter를 뚫고 나가기 위해선 대기업들에게도 게릴라 마케팅은 필수과목이 되었습니다. TV 광고비(paid)를 무한정으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촉발한 무료 홍보 효과(earned & WOM)로 경쟁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하려는거죠. '스턴트'라는 말에서 바로 삘이 오는 Publicity Stunt는 메시지 자체보다 집행 방식을 파격적으로 해서 미디어와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게릴라 마케팅계의 대표선수입니다. 여기서 '파격적'이라함은 불법과 사회적 비판도 불사한다는 뜻입니다. 광고가 아니라 '사건'으로 만드는 것, 그야말로 high risk, high return입니다.

FMH "100 Sexiest Women"

영국 BBC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PR 스턴트입니다. FHM(For Him Magazine)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의 대표적인 남성잡지입니다. 90년대말 영국 총선의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합니다. 기성세대와 언론매체들은 앞다퉈 청년층의 정치무관심을 지적했고 이를 부추기는 '정크컬쳐'를 양산한다는 죄목으로 FHM 같은 대중잡지들을 비판했습니다. 수모를 당한 FHM은 반드시 그들에게 '엿'을 먹이겠노라고 작심했죠.
FHM은 매년 최고의 섹시미녀 100명을 독자들의 투표로 선정합니다. 특별호의 판매 증진은 물론이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으로 바꾸기 위해 대단히 위험하면서도 도발적인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100 sexiest women을 뽑는 것도 일종의 '투표'잖아? 이걸 어디다대고 때려야 가장 난리가 날까?" 그래서 그들은 '투표'와 관한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국회의사당 건물을 매체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1999년 5월 9일 자정. 템즈강 반대편에 설치된 대형 프로젝터에서 쏘아진 80피트짜리 크기의 여자 누드사진이 국회의사당 건물을 때렸습니다. "VOTE GAIL!" Gail Porter는 BBC 방송국의 가족/아동프로그램(!)의 인기진행자로 FHM이 새로운 섹스심벌로 엄청 띄우고 있었죠. 다음날 한마디로 난리가 납니다. 거의 모든 타블로이드지의 커버가 이 사건으로 도배가 됬습니다. 일주일안에 기존매체들도 '정치에 불을 켰다'라는 논평과 함께 두손 두발 다 듭니다.
놀라운 것은 런던경시청의 유권해석입니다. 과연 국가의 유서깊은 건물을 이런 불경한 목적으로 사용해도 되는가라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강 건너편 사유시설물에서 발사된만큼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사당은 매체사용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잔디보호를 위해 시민들이 광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어느 나라 경찰과 참 다르죠?

경찰의 발표 이후 국회의사당 건물은 비슷한 류의 게릴라 마케팅에 빈번히 이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FHM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왜 그곳을 골랐는가가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와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잘쓰면 약, 잘못쓰면 독

화제성도 도가 지나치면 댓가를 치루게 됩니다. Adult Swim은 케이블TV Cartoon Network의 자매채널로 성인 취향의 애니메이션을 주로 방송합니다. 모두 Turner Broadcasting 소유죠. 터너는 2007년 게릴라 마케팅의 일환으로 인기 시리즈 Aqua Teen Hunger Force의 캐릭터 Iginignokt가 들어간 LED 플래카드를 미국 10대 도시 곳곳에 몰래 설치합니다. 문제는 보스톤에서 이걸 시한폭탄으로 오인한 시민들의 제보가 잇따르면서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거죠. 어느날 갑자기 번쩍거리는 이상한 물체가 다리 같은데 달려있다면 의심할만도 합니다. 배트맨 영화를 너무 많이 본건지도. 조커같은 사이코 악당들의 뒤틀린 유머감각이라고 생각했나보죠.
결국 터너는 담당 부사장을 해임하고 보스턴 시경에 백만달러 배상, 자선단체 백만달러 기부라는 조건으로 사태를 무마합니다. 일설에 의하면 이 모든게 각본에 의한 것이다란 말도 있습니다. 매니아 채널이었던 Adult Swim을 단숨에 전국구 채널로 만들었으니까요. TV 광고비 200만달러(24억원)로 결코 얻을 수 없는 효과임엔 분명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미국 최대 의류업체인 아메리칸 어패럴을 상대로 내건 명예훼손 소송에서 500만달러의 합의금을 받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습니다. 사건의 전황은 이렇습니다. 아메리칸 어패럴이 뉴욕과 LA에 앨런의 얼굴을 이용한 빌보드 광고를 그의 허락없이(!) 게재했습니다. 게다가 광고속 우디 앨런은 검은색 유대복에 턱수염을 기른 유대교 랍비 복장이어서 인종차별이라는 공격을 듣기에 딱 좋았던겁니다. 아메리칸 어패럴은 앨런의 영화 <애니홀>의 한 장면을 그대로 이용한 것일 뿐이며 전혀 상업적 문구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잡아뗍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꼽혀온 앨런의 명성을 이용해 보려는 노이즈 마케팅임이 분명했죠. 결국 앨런의 집요한 소송으로 62억원만 날린 셈입니다. 이것도 광고 효과로 보면 별로 나쁘지 않은건가요? (씨네21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광고의 카피는 "Holly Rebbe")

by 번개와피뢰침 | 2009/06/21 16:58 | 남자2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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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 at 2009/06/23 18:07
통쾌합니다 FMH ㅎㅎㅎ (글 내용과는 상관 없이) 저렇게 직접 쏘는 거 알아보니 2억이라나요? 저희팀은 결국 못했다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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