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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해야하나? 남자2

이건 우문은 아닌것 같고 광고쟁이 모두 이데올로기적으로 받아들이는거 같다. 그래야 우리 업의 존재 가치가 있으니까. 여기서 광고주와 인식의 갭이 생긴다. 그들 성공의 KPI가 우리와 다르니까. 언제 잘난척 하는 광고주가 술에 취해서 "김대리, 넌 크리에이티브가 밥먹여주냐"라고 주정을 하거든 "네 그렇습니다"라고 말하고 다음과 같이 답해주자. 저의 경험에 따른 결론이니까 태클을 거셔도 넘어지지 않습니다. ^^

1. 소비자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건 소비자가 멍청하다는 말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뇌를 회사에 비유해보자. 회사의 CEO는 일상의 자질구래한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플랜을 세우고, 위기를 관리하고, 외부와 협상을 진행한다. 뇌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전두피질(frontal cortex)이란게 있다. CEO가 엄청난 연봉을 타가듯이 문제는 전두피질이 활약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는거다. 그래서 뇌는 어느정도 사태파악이 되면 빨리빨리 현업부서인 기저핵(basal ganglia)로 보내버린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일들을 바로 여기서 처리한다. 예를 들어 운전은 육체노동으로 따지면 별게 없다. 악셀에 발을 올렸다 내렸다 정도. 매일 다니는 출퇴근길 운전은 피곤하지 않은데 주말 나들이 운전은 녹초가 되는 이유가 뭘까? 이미 파악이 된 경로는 기저핵이 담당하지만, 새로 길을 찾을땐 전두피질이 운전대를 잡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인간은 생각은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습관으로 처리하도록 진화해왔다. 그게 비용대비 최대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치약 하나 사고, 과자 하나 고르는데 뇌의 가장 비싼 기능을 동원한다면 한마디로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일종의 '오토파일럿'으로 구매결정을 한다고 보면 된다. 큰 문제 없으면 그냥 기존의 지식에 근거에 상품을 선택한다. (그래서 인지도가 브랜드 파워의 70%란 소리가 나오는거다) 오토파일럿이 수동조종으로 바뀌는건 운항 중에 터뷸런스가 발생했을 때다. 광고의 역할이 바로 그거다. 잠잠하던 대기중에 난기류를 발생시키는 것. 광고에 왜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힘(stopping power)'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뇌과학적 설명되겠다. 회사에 대한 비유를 더 생각해보면 이성적 소구가 얼마나 멍청한 방법인지 알 수 있다. 이건 거래도 없는 회사 앞에 가서 CEO부터 만나겠다고 대문을 두드리는 격이다. 소비자는 매우 논리적인 이유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니깐?!


2. 광고예산은 항상 부족하다

사실 크리에이티브란게 이율배반적인거다. 제품 이야기도 바빠 죽겠는데 아무 상관도 없는걸로 촛수와 지면을 까먹기 때문이다. 만약 광고노출을 무한정으로 보장할 수 있다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크리에이티브를 완전히 제거해도 될거다. 실제 사례도 있다.^^ 홍콩에서도 한국 프로야구 중계를 빼놓지 않는데, 네이버 중계 밖에 못보는 나에게 대부업체 광고들의 reach는 거의 무한대라고 보면 된다. 굳이 크리에이티브가 없어도 키메시지 전달율이 99%다.

문제는 세계적인 광고주들도 매체비는 항상 부족하다는거다. 물론 1년에 쓰는 광고비 전체로 보면 엄청나다. 그런데 광고예산이 늘어날수록 광고품목과 광고해야할 시장도 정비례로 늘어난다. (이건 내가 유니레버와 코카콜라를 하면서 경험한거니까 무슨 수치같은 증거는 없다) 광고주 조직을 크게 마케팅과 프로덕트로 나누면 마케팅팀의 업적이란건 자신의 캠페인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책정되는가에 달렸다. 광고비가 각자의 '출세티켓'이 셈인데 매니지먼트 입장에선 이걸 적절하게 배분하는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광고 예산은 최소한의 수준까지 쪼개지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큰 회사는 큰 회사대로, 작은 회사는 작은 회사대로 이 법칙의 예외는 없는것 같다. 결론적으로 대행사 입장에서 모든 프로젝트는 부족한 예산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Share of Spending의 열세를 해결하려면 효과의 극대화를 꾀할 수 밖에 없는데 이걸 해결하는게 크리에이티브 아니겠는가?
3. 이노베이션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니다

Apple이 마케터와 광고쟁이를 망치는거 같다. 광고주를 설득한답시고 기획서에 애플의 사례를 드는건 이제 그만. 우리가 마케팅의 만신전에 올려놓고 경배를 바치는 애플은 정말 백만개 중의 하나인 특출한 사례다. 날고 기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HP도 바보로 만드는 神의 브랜드다. 당신의 품목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game changer라면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이노베이션을 충실하게 보필하는 하인이 되어야 한다. 깔끔한 만듦세만으로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애플 광고가 크리에이티브라는 잣대에서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은건 IT 시장이 이노베이션에 의해 주도될 수록 광고 같은 bought media 보다 PR이나 WOM 같은 earned media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론칭 인쇄는 정말 하품이 나올 정도다.)

애플 광고가 크리에이티브 했을 때는 심하게 말해 딱 두번 뿐이었다. Think Different 론칭했을 때와 iPod 캠페인. 둘다 해결해야 하는 분명한 problem이 있었다.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solution으로서만 의미가 있다. 우리 광고주가 애플인가? 우리가 파는 제품이 아이패드 정도의 이노베이션인가? 그럴리가. 우리가 받는 브리프의 십중팔구는 딱히 경쟁 제품보다 나은 점을 짚기 어렵다. 이런데도 크리에이티브를 불필요한 장식 정도로 여기는 클라이언트가 있다면 그가 제정신이 아닌거다.



덧글

  • 이카피 2011/05/25 10:12 # 삭제 답글

    와... 격하게 공감합니다. 특히 1번 챕터는 촌철살인이네요.
  • 모리슨 2011/05/25 17:57 # 답글

    진정으로 공감합니다. 애플의 사례는 -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도 마찬가지 - 정말 일반적으로 볼 수 없지요.
    빅모델에 여전히 치중하는 광고주는 그것을 크리에이티브의 잣대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그 힘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대한민국에서는 크리에이티브 = 빅모델...이라고 할까요? 그것도 최소한의 크리에이티브. 더 강한 재미를 보태라 하면서요.
  • soh 2011/05/27 15:20 # 삭제 답글

    광고가 결과물로 나오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제작, 기획, 소비자 그리고 주님)이 크리에이티브에
    관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크리에이티비티란 사람들의 상식수준으로 수렴하게 되는게
    당연한건가 싶기도 네요 ㅋㅋ
    개개인으로 보면 다 재미있고 기가막힌 아이디어를 가지고오는데도 불구하고 로또수준으로
    크리에이티브한 광고가 나오는것이 아직은 몸으로는 이해되지가 않습니다

  • 허니와플 2011/05/30 21:08 # 삭제 답글

    아.. 솔루션으로 의미있는 크리에이티브! 아아!!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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