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광고주의 세단계 남자2


세상에는 대충 세가지 수준의 광고주가 있는것 같다.

1.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뭘 원치 않는지도 모르는 광고주
2. 자기가 뭘 원하는지는 몰라도 뭘 원치 않는지는 아는 광고주
3. 자기가 원하는 걸 잘 알고 있는 광고주

1번 유형의 광고주는 정말 대행사를 미치게 만든다. 점심 뭐 먹을까 물으면 '아무거나'라고 해놓고선, 고기는 어제 먹어서 싫고, 생선은 오늘 날씨가 흐려서 싫다는 친구 같다. 이런 부류의 광고주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니까 시안의 갯수만 터무니없이 늘려놓는다. 대행사에게 브리프를 주기 전에 했어야 할 고민을 시안을 보면서 하는 스타일이다.

2번은 그나마 나은 광고주다. 누군가에게 생일 선물을 준다고 생각해 봐라. 최소한 뭘 싫어하는지만 알아도 아이디어를 내는게 수월하다.  이런 광고주에겐 tissue session(러프한 아이디어를 휴지에 그린다에서 유래)이 효과적이다. 대행사 입장에선 소위 맞혀잡는 전략으로, 포위망을 좁혀 갈 수 있다. 깨질거면 빨리 깨지는게 답을 찾을 확률을 높인다. Fail sooner!

3번은 정말 글로벌 레벨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다. 코카콜라 정도? 자신들이 뭘 원하는질 아니까 대행사를 도리어 리드한다. 리스크에도 훨씬 더 열려있다. 대행사를 가르치려든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이런 광고주는 아래에서 이미 내린 결정을 나중에 위에서 뒤집는 경우가 적다. 광고주 개인의 호불호로 판단하는게 아니라 마케팅 조직 전체가 단일한 비전과 철학으로 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친구에 따르면, 증권사가 돈을 벌때는 주식시장이 상승 일변도일때가 아니라, 상승과 하강곡선이 어지럽게 춤출때라고 한다. 시장이 불안정하면 매수와 매도가 끊이지 않는데, 거래건마다 수수료를 떼는 증권회사 입장에선 주가가 오르는 것 보다 거래량이 늘어나는게 더 좋다. 세상 대부분의 광고주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1번 부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광고주들 덕분에 광고업계가 먹고 사는지도 모른다. 그 수많은 경쟁PT와 캠페인 리런칭은 변덕이 죽끓듯 하는 지조없는 광고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는 항상 광고주에게 전략의 일관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말 실천에 옮기기라도 하면 많은 광고회사가 문을 닫아야할지도 모른다 :-)
 


핑백

  • 바이럴 성공을 결정짓는 한 가지 요소 | ㅍㅍㅅㅅ 2016-07-05 10:52:46 #

    ... C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바이럴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온라인(=유튜브)에 공짜로 틀 수 있는 것 TVC보다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출처: PYRECHIM 이 요청을 받아들인 광고회사 제작팀은 난감하다. 제작팀은 클라이언트가 무슨 의도로 바이럴을 요청했는지 모를 만큼 순수한가 보다. 제작팀은 바이럴을 단어 그 ... more

  • 무엇이 ‘바이럴’인가? | ㅍㅍㅅㅅ 2016-11-20 10:49:19 #

    ... 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바이럴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온라인(=유튜브)에 공짜로 틀 수 있는 것 TVC보다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출처 : 번개와 피뢰침 이 요청을 받아들인 광고회사 제작팀은 난감하다. 제작팀은 클라이언트가 무슨 의도로 바이럴을 요청했는지 모를 만큼 순수한가 보다. 제작팀은 바이럴을 단어 그 ... more

덧글

  • 권태형 2014/03/24 22:26 # 삭제 답글

    매일 눈팅만 했던 구독자입니다.
    두분 다 무슨일.있으신가요? 자주 애독자로써 걱정되어 이렇게 여쭙니다!
  • 번개와피뢰침 2014/04/01 07:53 # 답글

    >>>권태형
    두사람 다 신상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패턴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나 봅니다.
    각자 차차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로그는 곧 여느때와 다름없이 진행될 것입니다.
  • 스폰지푸 2014/04/18 09:02 # 삭제 답글

    퍼갑니다요. 역시나 좋은글이시네요.
    정말 언젠간 글 좋은 블로거들의 글만 모아서 잡지라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그런 날이 올수 있음 좋겠습니다.
  • swingman 2015/11/08 15:37 # 삭제 답글

    정말 좋은 글입니다. 단일한 비전과 철학...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