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마케팅 거꾸로 보기 (1): 타게팅, 그거 다 쓸데없는 짓이야 남자2

남자2는 대학에서 마케팅과 전혀 상관없는 공부를 했다. 아쉽게도 마케팅 석사를 할 기회도 없었다. 광고 에이전시가 죽어가는 브랜드를 살리는 닥터의 역할을 자임한다면 '무면허'로 이 일을 쭉 해온 셈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건 두가지 의미다. 첫째, 충분한 경험을 쌓았는가? 둘째, 해당 분야의 '원리' (principles)를 이해하는가? 첫번째는 뭐 열심히 하다보면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는 좀 다르다. 워낙 새로운 이론과 기법이 자주 등장하는 분야라서 당장의 변화를 좇기도 힘겹다. 마케팅을 학문으로 공부하는것에 대해 현장의 평가절하가 있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눈앞에 벌어지는 변화들 너머의 마케팅 작동 원리에 대한 궁금증은 전문가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자세다. 

요즘 우리 업계엔 디지털이나 소셜미디어는 아는데 마케팅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 그러나 마케팅을 다시 공부하기 위해 코틀러나 아커의 책부터 보는것도 솔직히 지겨운 일이다. 요즘 남자2가 흥미롭게 '관전'하고 있는 마케팅 이론들을 몇차례에 걸쳐 다뤄보고자 한다. 왜 관전이란 표현을 썼냐면 꽤나 과격한 이론들이 있어서 아직 주류쪽에서는 논박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쟁적인 이론을 공부하는 혜택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들이 도전장을 내미는 기존 이론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연재 순서
1. 타케팅, 그거 다 쓸데없는 짓이야: Byron Sharp "How Brands Grow"
2. Funnel은 가라. CDJ (Customer Decision Journey)의 시대가 왔다
3. 포지셔닝과 세일즈의 관계가 뭐지?: The Centrality-Distinctiveness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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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이 현대물리학의 근간이듯이 80년대 이후 마케팅의 근간은 S-T-P라고 할 수있다. 시장을 Segmentation해서 꼭 필요한 소비자만 Targeting을 하고 경쟁자와 구별되는 Positioning을 한다. 이 물흐르듯 완벽해 보이는 논리는 광고/브랜드 투자에 대한 의심을 잠재우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CFO 입장에서 광고가 매출에 도움이 되는건 대충 알겠는데 아무리 봐도 낭비가 심한거 같다. 그런데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우리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겠나? 요즘 소셜미디어 전략이 왜 micro targeting으로 흘러가는지도 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그런데 이런 신성한 논리를 다 조까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Ehrenberg 교수에 의해 주창되어 Byron Sharp에 의해 완성된 이론에 따르면, 시장세분화와 타게팅은 잡은 고기에게 또 밥을 주는 바보짓이고, 포지셔닝은 브랜드의 희망사항이지 소비자가 못 받아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샤프 교수는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선 STP부터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게 얼마나 과격한 이야기냐면 영국에서 이 양반 책 How the brands grow (도서명 클릭)를 본 사람들은 많은데 차마 회의실에서 꺼내기가 두려울 정도다. 도대체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는 어마무지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Coca Cola나 Mars의 CMO가 공개적으로 이 이론을 지지하고 전략에 도입하고 있다.  

샤프 교수의 주장을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1. STP의 핵심은 충성고객을 만드려는 것이다. 될성부른 떡잎에게 물과 거름을 집중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샤프 교수가 지난 30년간 취합한 데이터에 따르면 어떤 카테고리를 불문하고 모든 브랜드의 loyalty 수준은 비슷한다. 시장 1위 브랜드의 고객충성도는 높고 꼴찌 브랜드는 낮다. 로열티의 수준은 철저히 시장점유율의 영향을 받는다. 아마 여러분 머리속에 현대카드 생각이 나겠지만 실재 조사를 해보면 신한이나 삼성카드가 로열티는 더 높게 나올거다. 사람들이 좋아해서 1등이 되는것 같지만 현실은 그들이 1등이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거다. 고객충성도는 시장점유율을 견인하기 보다 그 결과물에 가깝다. 따라서 loyalty를 높이기 보다 popularity와 penetration을 높이는 쪽이 브랜드를 성장하는데 더 효과적이다. 

2. 기획서에 지겹게 써먹는 파레토 법칙 - 상위 20%가 매출의 80%를 책임진다. 왜 heavy user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였다. 그런데 이게 솔개가 부리를 뽑고 발톱을 뽑고 하는 이야기만큼 뻥이다. 실제 데이터를 들여다 보면 매출의 50% 가까이가 light user에서 나온다. 코크 소비자 중에서 라이트 유저는 1년에 2-3번 사먹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이 1년에 한두번 더 사먹게 하는게, 매일 사먹는 헤비유저를 좀 더 사먹게 하는 것보다 더 쉽다. 그러나 라이트 유저는 찾아내기가 대단히 어렵다. 융단폭격식 마케팅은 낭비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이다. 최근 mass marketing으로의 복귀를 선언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3. 다르기 (different) 보다는 도드라지려고 (distinctive) 노력해야 한다. 포지셔닝이 비슷한데 어떤 브랜드는 성공하고 어떤 브랜드는 실패한다. 행복한 가정의 이유가 다 비슷하듯이 성공한 브랜드도 다 비슷하다. 품질도 좋고, 디자인도 좋고, 혁신적이고... 소비자가 선택을 하는 이유는 그 브랜드가 완전히 다른걸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남들도 하는걸 좀 더 잘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더 눈에 띄게 할 수 있다면 이길 수있다. 흔히 어떤 메시지를 비판할때 그건 카테고리의 편익이지 우리 브랜드가 독점할 수있는게 아니다라고 하는데,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4. 결국 잘 '보이는' 브랜드가 짱먹는거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이야기. 그런데 '보인다'에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Physical availability와 mental availability. 전자는 왜 인수합병, 새로운 시장진출, 매장 수 늘리기가 항상 먹히는지를 잘 설명한다. 후자는 광고회사의 역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님이 없어도 님 생각을 계속 하게 하려면 소비자 머릿속에 memory structure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기억체계는 존중하고 거기서 전략이 출발해야지 이걸 함부로 뒤흔드는 브랜드 리뉴얼은 반드시 실패한다. 소비자의 인식은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지지 않는다. 

맞아 맞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도 안돼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도 카테고리마다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내가 샤프 교수에게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소비자에게 브랜드는 중요하지만 광고쟁이가 생각하는것 만큼 중요하지 않다. 할인이나 프로모션 같은 '저열한' 마케팅에도 쉽게 넘어가는게 일반 소비자다. 샤프 교수가 제일 웃기다고 생각하는게 90년대 유행했던 LOVEMARK류의 이론이다.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인스턴트커피나 화장지 따위와 사랑에 빠질 사람은 세상에 없다.

(계속)








덧글

  • 남자1 2016/06/01 15:32 # 삭제 답글

    삼라만상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학자들은
    이 모든 일이 하나의 방정식으로 풀어질거라는 기대(통일장 이론)를 갖고 있다.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풀려던 아인슈타인 뿐만아니라
    그는 미처 알지도 못했던 강력 이나 약력이 발견된 이후에도
    '초끈 이론'등을 통해 그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수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근접한 이론이 나오고 그에 따른 새로운 발견이 등장하고
    이를 포괄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또 새로운 힘을 발견하게되는

    문제는...

    아인슈타인은 "조물주가 주사위 놀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나마 우주의 삼라만상은 누구의 의지도 개입하지않는 반면에
    한 인간은 '의지'의 덩어리라는 점이다.

    즉.

    마케팅에서의 통일장 이론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대기 보다는
    바로보는 새로운 측면으로 보완되어 갈 것이라는..

    그래서

    광고와 관련된 여러 이론과 학설이 명멸해가는 과정을
    지켜봐왔던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 이 이론이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가 보다
    이러한 이론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때그때 변화하는 이론에 착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

    조금 거칠게 정리하자면
    그 방향이...
    조금씩 솔직해지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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