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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거꾸로 보기 (2): Funnel은 가라, CDJ의 시대가 왔다 남자2

이번에 할 이야기는 주류마케팅에 대한 부정은 아니고 보완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러니까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이론되시겠다 :-) 

마케팅 퍼넬(funnel, 깔대기)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이론이 대단히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는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이다. 소비자가 구매에 이르는 의사 결정 단계를 처음 정리한 A-I-D-A 모델이 나온게 1898년이고, 이걸 '깔대기'로 비쥬얼화한게 1924년이다. 광고모델의 또다른 클래식이라 할 Unique Selling Point가 등장한게 '겨우' 1960년대인걸 생각하면, 진짜 시대를 초월하는 인사이트임을 알 수있다. 퍼넬은 광고 하나에 모든 메세지를 우겨넣으려는 광고주로부터 광고쟁이들을 오랫동안 지켜준 친구다. 광고업계가 디지털과 소셜 미디어의 쓰임새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던 것도, 퍼넬 모델이 여러 단계의 의사 결정 과정에 걸쳐서 다양한 채널을 최적화하면 효과가 크다는 점을 잘 설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월한 모델도 시대에 맞춰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마케팅 퍼넬은 브랜드가 주도권을 갖고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줄이고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선택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맹점이 있다. 요즘 사람들은 정보를 얻을 곳이 너무 많다.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가 칼자루를 쥔 세상에선 메시지를 push하기보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pull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McKinsey가 제시한 Customer Decision Journey다. (솔직히 제목은 참 따분하다. 밑에 그림은 클릭하면 확대가 된다)
CDJ는 일단 의사결정 단계별 목표를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에서 다시 규정했다. Initial Consideration Set (최초고려군) - Active Evaluation (적극 비교) - Moment of Purchase (구매 순간) - Post Purchase Experience (구매후 경험). 소비자 입장에 서보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가 명확해진다. 우리 모두가 사실은 소비자기 때문이다. 매킨지는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의사결정과정이 한번 물건을 사고 끝나는 선형(linear)이 아니라 미래의 결정에 끊임없이 피드백되는 환형(circular) 구조를 갖는다는걸 알아냈다. 이 과정에서 최초고려군에 포함되지 않았던 브랜드가 나중에 새로 추가되기도 한다. 소비자경험(구전, 리뷰, 패키징, 고객서비스)을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실재의 예를 들어보자. 얼마전에 남자2는 사운드바를 새로 샀다. 신혼때 장만했던 5.1채널 홈시어터가 낡기도 했거니와 복잡한 케이블이 청소기에 자꾸 걸린다는 아내의 불만도 한 이유였다. 나의 ICS(최초고려군)엔 3개의 브랜드가 있었다. 메인스트림 메이커 중에 Sony와 Samsung, 그리고 오디오 전문브랜드 중에 Yamaha. 본격적인 AE(적극비교) 단계에 들어섰다. 아마존의 소비자 리뷰(word of mouth)와 오디오 전문 사이트 기사(review)를 틈만나면 읽었다. 이 과정에서 Yamaha가 탈락을 하고 Bose가 새로 들어왔다. 최종구매시점(Moment of Purchase)에는 Bose가 1일 무료 배송이 된다는 점이 어느 정도 작용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제품이 도착했다. 배송, 패키징, 설치과정 모두 만족스러웠다. 아마 내가 좀 덜 게으른 사람이었으면 직접 리뷰도 썼을것이다. (Post Purchase Experience) 그리고 나중에 새로 오디오 기기를 장만한다면 나의 최초고려군에 Bose가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읽고서 뭐 퍼넬이나 CDJ나 이름만 바꾼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 CDJ에서 정말 배워야할건 뭘까?

1. CDJ는 인지도가 낮은 흙수저 브랜드들도 active evaluation처럼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단계를 잘 관리하면 성공할 수있다고 말한다. 인생이나 시장에도 패자부활전이 가능하다는게 참으로 듣기 좋지만, ICS에 포함된 브랜드의 2/3가 끝까지 완주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최초고려군에서 빠졌다고 포기해선 안 되겠지만 다시 끼어들기는 3배 가까이 힘들다고 한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 수록 ICS에 포함되는 브랜드의 숫자가 줄어든다. 사람들은 고를게 많아서 머리가 아프면 선택을 더 단순하게 한다는 역설이다. 결론적으로 ICS, AE '듈다' 중요하다.

2. 일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무엇이 팔리려면 무엇을 사야겠단 마음이 먼저 생겨야 한다. 신용카드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 데이터지만 55%의 소비자는 그냥 '멍한' 상태다. 그냥 지금 쓰는 카드에 큰 불만이 없다. 37%는 새로운 카드를 만들까 생각은 하지만 굳이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단 8%만이 자신에게 맞는 카드를 찾기 위해 정보를 취합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용카드 마케팅은 마치 모든 소비자들이 당장에라도 카드를 새로 만들 사람처럼 접근한다. 멤버쉽 포인트나 이자율 같은 메시지는 일단 카드를 하나 만들기로 마음 먹은 AE 단계에 더 적합한 메시지일 수 있다. 그것보단 내가 왜 새 카드가 필요하지 - 휴가를 가나? 결혼을 하나? 그래서 아무 생각이 없던 55%의 소비자에게 카드를 팔기(sell) 보단 카드를 사야(buy) 할 이유를 제시하는 메시지가 ICS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추억의 캠페인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가 왜 절묘한 전략인지 설명이 된다. 

3. 매출에 문제가 있다면 CDJ를 잘 들여다보고 문제점이 어느 단계에서 발생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은 계약시점(Moment of purchase)에 할인과 서비스를 쎄게 주는 방식으로 차를 팔아왔다. 그런데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강력한 품질로 소비자 체험과 구전을 장악하자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ICS에서부터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럴때 할인률과 공짜를 늘리는건 문제를 악화시킬 따름이다. CDJ는 선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델이다. 



(계속)



덧글

  • 매운라면 2016/05/31 11:13 # 삭제 답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에 생각이 많아지는 오늘을 살게되네요 ^^ 뭔가 배우고 싶은 욕망이 생겼습니다. 좋은 글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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