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공포 남자2


You're not you when yor're hungry라는 스니커즈 캠페인이 있다. 회사생활에선 You're not you when you're scared는 어떨까?

사람 능력 거기가 거기다. 이 나라 저나라 옮겨봤지만 프로 레벨에서 능력의 차이는 아주 몇명을 제외하곤 종이장 만큼 작았다. 도리어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더라.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공포는 사람의 악함을 끌어낸다. 직급이 높고 경험이 많으면 쉽게 흔들리지 않고 침착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올라갈 수록, 가졌을 수록, 잃을 것, 지켜야 할 것도 많아진다.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할까봐, 이번 분기 실적을 못 맞출까봐, 이번 PT를 따지 못할까봐 - 누구나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걸 남에게 쏟아낸다. 그것도 치열함으로 포장해서. 나는 이만큼 절실한데 왜 너희는 이 정도 밖에 하지 못하니.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고 대행사를 두들켜 패는 광고주, 자기팀을 들들 볶는 윗사람들, 사실 그들 안의 공포감이 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한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약간의 연민이 들기도 한다.

배가 고픈 아기는 영양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존본능에 따른 공포감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이럴때 '아가야 너의 균형잡힌 발육을 위해 엄마가 최고의 이유식을 만들고 있으니 배가 고파도 좀 참아'라고 하는게 효과가 있겠나? 일단 먹여야 한다. 어떤 패턴으로 허기를 느끼지는지 예측해서 울기 전에 밥을 먹이는건 육아의 기본이다. 마음속 깊숙히 공포감에 시달리는 클라이언트나 보스에게 합리적으로 논박하는건 역효과만 난다. 자기 밥줄이 끊길 수도 있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의 불안감만 자극하는 행동이다. 이 놈이 날 돕는게 아니라 장애물이었어란 생각마저 들게한다. 이런 사람들에겐 시간에 맞춰서 바로 바로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게 좋다. 괜히 전문가적 자존심으로 내가 됐다 싶을때까지 감추고 있으면 그들 마음속의 악마만 끌어낼 뿐이다. 일단 감정적으로 가라앉으면 그때 이게 이래서 좋고 저게 저래서 좋다고 해도 먹힌다. 인간 말종이라고 생각했던 광고주가 나중에 공포에 시달리지 않을때 만나보면 의외로 괜찮은 사람이라 놀란 적이 많다. 

좋은 광고주와 좋은 윗사람을 알아보는 방법도 간단하다. 자신 몫의 불안과 공포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 도망쳐라.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그런 사람들과는 좋은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가 없다. 남들 듣기 좋은 말만 해야한다는게 아니다.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감정은 철저히 배제하지만 꼭 해야할 말들은 쓴소리도 주저하지 앉고 꺼내는 선배들을 난 알고 있다. 그런게 진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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