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남자 1의 생존기 01_ 설계. 남자1

덜컥, 강연에 대해 쓴다고 해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강의한 내용을 일종의 녹취 형태로 쓰려고 했으나 일단 쓰는 내가 재미없을 것 같고 나중에 강의 영상이 공개될 것 같아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강의내용이 아니라 강의를 준비한 이야기를 써보자.' 나름 두 남자의 첫번째 합동 강연에 대한 기록의 의미도 있고 혹시 이러저러한 강의를 준비하는 분들에 도움이 될까해서입니다. 영화가 이미 개봉된 후에 발매되는 DVD에 들어있던 일종의 commentary 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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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의로받은 것은 세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부산국제 광고제, 크리에이티브 캠프의 한 세션을 맡아주세요. 번개와 피뢰침의 두분이서" 강의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지만 런던에 있는 남자2 초청비용도 포함이라고 해서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남자2도 강의보다 먼저 해운대 바닷가 횟집의 저미어진 흰살들과 맑고 투명한 소줏잔이 먼저 떠오르지 않았다면 거짓말 일 것입니다. 

어쨌든 슬렁슬렁 두어달이 지나가고 강의 초안을 제출해야 시점에서야 주로 늦은밤(런던은 오전시간)에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둘 다 성격 대놓고 꼰대질을 할만큼 염치없지는 않아서 00론 혹은 00방법 등등의 주제는 처음부터 제외했습니다. 대신, 우리 두사람의 서로 다른 경력 (글로벌 / 로컬, ATL / 디지털, 기획 /제작)을 기반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하기로 정했습니다. 일종의 경험담인 셈입니다. 

막상 이렇게 정해놓고 덱을 정리하다보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를 인식하게 됩니다. 제법 큰 무대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광경을 떠올려보니 이건 정말 광고의 구루들이 회고담을 하는 것같은 시건방진 상황이 벌어지게 될 수도 있게다는 걱정이 덜컥. 게다가 평소에 '구루병'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비꼬던 상황을 스스로 연출하는 어리석음까지. 아무튼 그래서 두사람의 이야기는 '생존기'로 정했습니다. 실제로 겨우 살아남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혹시 서바이벌 가이드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제 구조 설계. 먼저 남자1이 종대사(종합광고대행사)에서 디지털 에이전시로 옮겨서 겪었던 이야기를, 남자2는 홍콩과 런던에서 기획하는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야했던 이야기를 하고 광고회사 생존에 필요한 '재능'에 관한 질의응답으로 마무리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 강의의 숨겨진 부제는 '재능없는 사람들의 광고회사 생존기'입니다. 

이렇게 강의를 설계하고 맞춰보는(이 과정은 iCloud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공유를 설정해놓으면 두사람이 수시로 수정을 할 수 있습니다.) 사이에 강의를 시뮬레이션 해보니 강의를 듣게될 대부분의 청중들은 우리 두사람이 왜 이런 강의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 맨 나중에 추가한 장표가 아래의 대조표입니다. 두사람을 각자 소개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각자 어떤 이야기를 하게될지 예측하면서 또 우리가 왜 같이 발표를 하게됐는지에 대한 한장의 설명서 인 셈입니다. 



표지 바로 다음인 이 장표를 뒤로 하고 제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전체 시간은 40분. 각자 15분씩 하고 인토로 3분, 토론 7분 정도를 배분했는데 아무래도 10여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서는 남자2가 훨씬 하고싶은 말이 만을 것 같아서 남자1을 5분 줄이고 남자2가 그 시간을 써서 3 / 10 / 20 / 7 정도로 배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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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표에는 쓰여있지 않지만 80년대후반과 90년대에 대학을 보냈던 두 사람은 강의실보다는 거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점과 아마도 광고회사 최초 혹은 유일의 노동조합에서 위원장과 사무국장을 한 경력도 공통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두 사람이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고 했던 것도 광고관이 아니라 세계관이 닮아서 였던 점을 감안하면 장표의 윗줄에 쓰였어야할 경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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