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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남자1

헐리우드에는 수많은 법정영화가 있지만 희안하게도 배심원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는 드물다. 내가 찾아본 바로는 배심원 전문 컨설턴트(진 핵크만)가 등장하는 <런어웨이>와 배심원 내부의 갈등을 다룬 <12명의 성난 사람들>이 대표작이라고 할만하다. 미국에서는 일종의 금기라고 한다. 배심원 제도에 대한 신뢰에 흠집이 나면 사법체제 자체가 흔들리게 되니까.

2003년 作인<런어웨이>는 존 그리샴 원작의 영화가 그러하듯 시나리오며 스토리며 흠잡을 데 없이 미끈한데다가 펀딩도 유리하기 때문에 출연진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진핵크만 이외에도 미망인의 변호사 역에 더스틴 호프만, 나중에 배팅하는 배심원역에 존 쿠색.. 이 정도면 잘 만들지 않기가 어렵다. 그래서 잘 만들었다. 역설적이게도 너무 잘만들었다. 이런게 말이 될지 모르지만 너무 잘만들어서 아쉬울 정도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12 Angry Men>은 투박한 영화다. 화면은 거칠고 밀실에 갇힌듯 답답하고 창밖으로 내리는 비는 우중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더 그래서인지 마치 내가 13번째 배심원으로 앉아 있는 듯 하다.
한 소년의 살인 혐의에 관한 재판이다. 정황상으로는 유죄가 거의 확실한 상황. 배심원의 상황은 11:1. 딱 한사람이 무죄를 주장하는 상황. 버뜨 그러나 왼쪽의 장면에 등장한 외롭게 손을 들고 있는 이의 얼굴이 왠지 낯익다. 젊은 시절의 헨리폰다다. (1957년 작) 11:1의 상황이 점점 변해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설득이라는 작업이 과연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를 지켜보는 심리학 실험실 같다. 또한 회의실이기도 하고 피티 후의 광고주 회의실이기도 하다.

덧글

  • 알다시피 2019/07/23 15:39 # 삭제 답글

    광고회사 다니는(직무는 기억이 안 나네요) 사람도 배심원 중 한 명인데, 설득력이 약한 캐릭터였던 기억이 나네요. 광고하는 입장에서 그 캐릭터가 못내 아쉬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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